조선시대 관상감에서 별, 혜성 등 천문현상을 관측·기록한 ‘성변측후단자’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은 성변측후단자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국내후보 신청서를 이번주 중 접수한다고 18일 밝혔다.
조선시대 과학적 천문관측 공공기록물
성변측후단자는 조선시대 관상감에서 초신성 폭발, 혜성 출현, 일식 등 천문 이변을 관측하고 작성한 공공기록물이다.
당시 관상감은 매일 천문현상을 관측하면서 특별한 변화가 발생할 때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길게는 수개월 동안 그 모습과 위치를 관측하고 기록을 모아 책자 ‘성변등록’을 만들어 보관했다.
그러나 성변등록은 일제강점기 관상감 폐지에 따라 인천관측소로 옮겨진 후 대부분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인천관측소장이던 와다유지가 1917년 작성한 보고서에는 8권에 대한 기록이 존재한다.
현재 확인된 것은 연세대 도서관에 3권, 해외 개인소장 3권이 실존하고, 2권은 소재불명 상태다.
핼리혜성 상세 관측 역사·과학적 가치 높아
현존 성변등록 중에는 1759년 애드먼드 핼리가 당시로부터 76년 후 지구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한 핼리혜성을 자세히 관측한 기록이 상세히 기록돼 눈길을 끈다.
1759년(영조 35년) 4월 성변측후단자는 핼리혜성이 나타나자 관리 35명이 위치, 크기, 색깔 등의 변화를 25일 동안 관측한 기록이다.
이 기록은 핼리가 주기를 예측한 이후 첫 번째 지구 방문을 기록한 것으로 동서양을 잇는 세계 과학문화사적 가치를 갖는다.
특히 매일 변하는 핼리혜성의 위치, 각도, 꼬리방향 등이 그림과 함께 상세히 기술된 것과, 객관적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과일이나 계란 등에 빗대 비교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관측자의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3명 이상이 논의하며 합의한 내용을 기록했고, 전날 관측자 중 1명이 익일 관측에 참여토록 연계하는 등 과학적 관측기반을 갖췄다.
양홍진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장은 “성변측후단자는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이 매일의 천문현상을 기록한 자료로, 세계 과학사에서 보디 드문 소중한 기록유산”이라며 “세계 천문학사에 소중한 성변측후단자를 인류 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유신된 다른 자료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립중앙과학관 창의나래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우주로 가는 길을 찾다’에서 성변측후단자 영인본을 전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