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미 투자 지속 검토…트럼프 행정부 인센티브 있어야”

최태원 “대미 투자 지속 검토…트럼프 행정부 인센티브 있어야”

-최종현학술원, 21~22일 워싱턴서 ‘트랜스퍼시픽다이얼로그’ 개최
-최태원 회장 “한미 서로 시너지 얻을 수 있는 빅 프로젝트 필요”
-최태원 회장 “美측 조선, 에너지 등 6개 분야 긍정적 반응”

기사승인 2025-02-23 22:00:22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에 대한 투자 계획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한 호텔에서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열린 ‘2025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미 투자 계획의 검토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어느 기업도 ‘트럼프 시기에 얼마를 하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가지 않고 자신의 사업에 유리한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 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로서는 인센티브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세금 인하를 언급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아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측의 인센티브가 세금 인하 등 전향적 태도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반드시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며 여러 종류의 인센티브가 있을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이제 관계는 단순히 상품 수출을 넘어서 협력을 기반으로 서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대한민국도 글로벌 트렌드 흐름에 따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미국이 비싼 인건비 등으로 인해 투자처로서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지금 그런 단계까지는 전혀 논의된 것이 없고 상황이 산업 분야마다 다르다”며 “미국이 좀 불리한 것도 있지만 유리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인공지능 분야 등은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은 트럼프 집권 1기부터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까지 8년에 걸쳐 1600억 달러(약 230조원) 규모를 미국에 투자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정부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법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은 “내가 발언할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 방미 기간에 만난 미국 정계 인사 중 한 명이 ‘보조금 지행은 지속될 것이고 미국에게 이점이 있는데 왜 하지 않겠냐’고 얘기했다”며 “미국은 실리를 따져 단순히 ‘준다, 안 준다’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조금 정책에 대해 재검토할 것으로 보며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며 “새 행정부는 인선을 진행 중이라 최소한 4월쯤 발표를 한다고 하니 기다려보자”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22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2025’ 둘째날 행사에서 AI 관련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종현학술원 주최로 올해 4회째를 맞이한 TPD는 한미일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석학, 싱크탱크 및 재계 인사들이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 회장은 21일 개회사와 22일 인공지능(AI)에 대한 연설을 통해 “오늘날 세계 변화의 핵심이 된 AI와 에너지 분야에 있어, 한미일 3국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고 SK그룹이 전했다.

최 회장은 한미일 산업 연대를 제안하면서, 특히 제조 AI, 에너지, 조선·해운, 원자력 등에서 힘을 모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현재 AI활용이 금융과 서비스 영역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리더십 경쟁은 제조 AI분야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한미일 3국 협력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SK 그룹은 밝혔다. 

특히 최 회장은 한국 제조업의 최첨단 생산설비와 미국의 소프트웨어, 일본의 소재·장비 기술 등 강점을 결합하자고 제안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한국·일본이 미국의 에너지 수출을 위한 인프라·물류를 지원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협업 가능성에 주목했다. 또 원자력·소형모듈원자로(SMR) 산업에서 미국의 원천기술을 한국·일본의 설계·조달·건설 능력과 조합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번 행사에 한국 측 주요 인사로는 최형두·김건(이상 국민의힘)·이언주·위성락(이상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의원들과 조현동 주미대사,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강경화·박진 전 외교부 장관, 김성한 전 안보실장 등이 자리했다.

미국 측에서는 토드 영 상원의원(인디애나), 댄 설리번 상원의원(알래스카·이상 공화당), 앤디 김 상원의원(뉴저지·민주당),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일본 측에서는 고노 다로 전 외무상, 야마다 시게오 주미대사 등이 참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21일 미국 워싱턴DC 샐러맨더 호텔에서 열린 ‘TPD2025’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이번 방미에서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26명으로 구성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었다. 사절단은 19일, 20일 양일간 백악관, 재무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 주지사 등을 만났다. 사절단은 21일 러트닉 상무장관 취임 선서식에 앞서 러트닉 장관과 따로 만나 40여분간 면담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사절단은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 등을 강조하며 양국의 지속적인 경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민간 경제사절단의 방미 성과를 묻자 “미국 측이 흥미로워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계획이었고 성과가 있었다”며 “서로가 함께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했고, 미국 측이 6개 분야에 대해 상당히 좋은 반응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가 준비한 6개 분야는 조선, 에너지, 원자력, AI·반도체, 모빌리티, 소재·부품·장비 등이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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