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역력이 약한 노인은 폐렴에 걸리면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커 폐렴구균 백신 예방접종이 중요하지만,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으로 지원되는 폐렴구균 백신은 23가 다당질 백신(PPSV23)에 한정돼 있다. 높은 예방 효과를 위해 13가 단백결합 백신(PCV13)이 NIP에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와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초고령사회, 국가필수예방접종 바람직한 방향은?’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국가예방접종 대국민 인식조사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설문조사는 지난 1월21일부터 2월9일까지 19세 이상 성인 166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추가돼야 하는 고령층 국가예방접종으로 ‘PCV 폐렴구균 백신’(56%)이 꼽혔다. 이어 ‘대상포진 백신’(46.2%), ‘코로나19 백신’(33.6%) 순이었다. 고령층을 상대로 실시한 오프라인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달 초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한 노인복지관의 60세 이상 이용자 118명에게 설문한 결과, 반드시 추가돼야 하는 고령층 국가예방접종은 ‘코로나19 백신’(56.7%)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PCV 폐렴구균 백신’(42.3%), ‘대상포진 백신’(18.1%)이 뒤따랐다.
재채기나 기침 등 비말이 호흡기에 들어가 감염되는 폐렴구균은 폐렴뿐 아니라 뇌수막염, 균혈증 등을 일으키기 때문에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면역력이 약한 소아·성인에게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2023년 기준 폐렴구균성 폐렴으로 진료받은 국내 환자 중 약 50%는 5세 미만의 소아였다. 소아의 80% 이상에서 발병하는 세균성 중이염의 주요 원인도 폐렴구균성 질환이다. 폐렴구균성 수막염에 걸린 소아의 5~15%는 사망에 이르며, 신경학적 후유증이 흔하게 나타난다. 2022년 10대 사망 원인 중 4위를 폐렴이 차지하기도 했다.
노인은 발열과 기침, 가래 등 폐렴의 전형적인 증상 없이 무기력감, 식욕 감소 등을 보일 수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건강한 성인은 항생제 치료와 적당한 휴식을 취하면 쉽게 낫지만, 노인은 폐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한 번 폐렴에 걸리면 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창오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일반적인 폐렴 증상으로 기침, 가래, 발열 등 호흡기 관련 증상을 꼽는데, 노인의 폐렴은 무기력하고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등 무증상인 경우가 있다”며 “뒤늦게 진단이 돼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면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하거나 심한 후유증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렴구균 백신으로 폐렴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면서 “노인들의 백신 예방접종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은 23가 다당질백신과 13가·15가·20가 단백접합 백신이 있다. 이 중 NIP에 도입돼 무료 접종이 가능한 폐렴구균 백신은 23가 백신(성인)과 13가·15가 백신(소아)이다. 최근 도입된 단백접합 백신은 기존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여러 폐렴구균 혈청형을 예방할 수 있어 수요가 높지만, 여러 번 접종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높은 비용으로 인해 접근성이 낮다.
김길원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회장은 “현재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은 영유아 중심으로 운영돼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단 두 가지뿐”이라며 “고령층 예방접종은 예상되는 효과가 큰 만큼 초고령사회 진입에 맞춰 고령층 예방접종 우선순위를 재설정하고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NIP 지원 방식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사람 간 질병 전파를 예방하고, 공동체의 집단면역을 통해 위해를 차단하는 것이 NIP의 목적”이라며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고 있고, 사회적인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NIP 지원 방식을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예방접종 비용을 개인이 모두 부담하거나, NIP 지원을 통해 전혀 부담하지 않는 두 가지 경우만 존재하는 백신 접종 지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걸리지도 않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 내키지 않는 이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비용이 백신 접근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