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없어도 교사 된다...‘무자격 교사 채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쿠키청년기자단]

자격증 없어도 교사 된다...‘무자격 교사 채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5-03-09 18:27:24 업데이트 2025-03-09 21:02:42
경기지역의 교원단체들이 지난해 9월 경기도교육청 광교청사 앞에서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고교학점제 지원방안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3월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 가운데, 교사 수급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다양한 과목이 신설되며, 필요한 교원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안으로 ‘무자격 교사 채용’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다양한 선택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으로, 지난 2023년 시범 도입을 거쳐 올해 3월부터 전면 도입됐다.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인공지능 수학’, ‘도시의 미래 탐구’ 등의 과목이 신설 예정이나, 교사 수급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 기준 공립 중등 교사는 정원 대비 9204명 적었다.

정부는 교사 자격 없는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부족한 인력을 늘린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2022년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설 교과목에 한해 외부 전문가에게 교육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해 교원단체들이 반발하면서 미봉책에 그쳤다. 

교원단체와 예비교사들이 지난 2023년 3월 세종시 정부서울청사 교육부 앞에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관련 협의체 구성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무자격 교사 채용’ 찬성 51% vs 반대 49% 팽팽


올해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앞두고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난해 11월29일과 12월2일 각각 국민참여토론회를 진행했다. 학생·청년, 학부모, 교육관계자, 일반 국민 등 176명이 참여한 토론 결과, 무자격 교사 채용에 관한 의견이 찬성 51%, 반대 49%로 팽팽하게 맞섰다.

일반 국민(70%), 학부모(51%) 등은 대체로 무자격 교사 채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유로는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춘 교육 가능 ▲신규 편성 교과목에 대응 가능 ▲분야별 전문가의 원활한 초빙 가능 등이 있었다.

정교사 자격증을 보유한 박지영(50·여·가명)씨는 “학습자들에게 교사의 자격증 소지 여부는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자유 경쟁 체제를 통해 교육의 질적 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정수연씨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가을 쿠키청년기자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학부모 정수연(50·여)씨는 “시대에 맞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에게 수업을 받게 되는 만큼, (아이가) 다양한 폭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며 시대에 발맞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박소민(17세) 양 또한 “일반적인 공통 교과목은 교사가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공지능과 같은 신산업 분야는 다른 전문가가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학원 보내면서 무자격 교사 우려는 이중 잣대…세상과 접해볼 좋은 기회 될 것”

한편 현직 교사임에도 무자격 교사 채용에 찬성하는 이도 있었다. 병점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무자격 교사가) 기본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기에 (기존 교육체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대부분의 학교 밖 교육이 지역사회와 연동해 운영되기에, 틀에 박힌 문제집 풀이 수업에서 벗어나 세상과 접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원 선생님들을 생각해보면, 교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도 돈을 내면서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교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우려된다는 것은 이중 잣대 같다. 최소한의 검증 과정과 연수 등을 통해 지원 체계를 만들어준다면 무자격 교사 채용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정미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 온라인 인터뷰 화면 캡처

반면 학생·청년(56%), 교육관계자(52%) 등은 무자격 교사 채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유로는 ▲교원의 체화된 전문성·품격 고려 필요 ▲학생 지도라는 업무 특성상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사람에 한정할 필요 ▲체계적인 교육 제공 등 교육의 질 보장 ▲학생의 교육권 보장 등이 있었다. 

서울 일반계 고교에서 20년 이상 교사로 근무한 김혜진(49·여·가명)씨는 무자격 교사를 채용할 경우 교원양성체제가 와해될 것을 우려했다. 김씨는 “교사는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자의 역할 뿐만 아니라, 인성 교육과 생활 교육 등 다양한 분야를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 교사가 늘어나는 이상 교원양성체제가 흔들리면서 ‘돌봄’과 같은 공교육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대 교원단체 중 하나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박영환 위원장은 무자격 교사 채용이 불안정한 고용 형태라는 점을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교직은 다양한 경험이 축적되어 숙달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학생 지도는 안정적인 고용 관계 속에서 전문성을 높일 수 있어야만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불안정한 노동 형태는 교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가 지난 2021년 7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외부 인력 불안해” 반대하는 학생들


일부 학생들은 검증되지 않은 외부 인력의 교내 투입에 관해 염려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강현후(18) 군은 “교육활동 전반에서 교사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데, 전문성이 부족한 강사에게 교육받는 것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된 남윤하(19) 양은 외부 강사의 강의 방식에 관해 불만을 토로했다. 남 씨는 “엑셀 수업시간 중 강사님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 반 전체가 질문했던 적이 있다. 정규 교사와 교육 방식에서 차이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무자격 교사를 채용해야 한다면, 정식으로 교수법을 교육받은 후 수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부평여자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해린(19) 양 또한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건 교육의 질이 보장되는가다. 전문 지식이 있다고 반드시 좋은 교육자는 아닌 것처럼, 교수법은 따로 훈련받지 않으면 쉽게 익히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외부) 전문가의 경우 경험적인 측면에서 학급 내 갈등이 발생하거나 특정 학생이 학습을 어려워할 때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단기적인 해결책을 위해 교육의 질을 희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규 교사 양성체제를 개선하거나, 전문가를 ‘보조 강사’ 형태로 고용하는 대안을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가을 기자
decagram@naver.com
이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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