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하락 몰랐다던 홈플러스…“공시 전 미리 알았다”

등급하락 몰랐다던 홈플러스…“공시 전 미리 알았다”

기사승인 2025-03-13 11:34:08 업데이트 2025-03-13 13:58:20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 피해자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상거래채권 분류 인정 요구’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유희태 기자

신용평가 공시 직전까지 등급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던 홈플러스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며 금융권과 산업계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는 최근까지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지난 4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주장했지만,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등급 강등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월 25일 오후 4시경 신용평가사 한 곳의 실무담당자로부터 당사 예상과는 다르게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하게 될 것 같다는 예비평정 결과를 전달받고 재심의 신청 의사가 있는지 확인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온오프라인 매출 모두 3년 연속 증가하는 등 사업지표가 크게 개선되고 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재무지표와 수익구조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등급 하락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다음날인 26일 오전 바로 재심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사 재심의 요청에도 2월 27일 오후 늦게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했다는 최종 신용평가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그동안 홈플러스가 사전에 등급 강등 사실을 몰랐다고 한 주장과 배치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줄곧 신용평가사들이 지난달 28일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린 것은 “예상 밖의 상황”이라며 지난 4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도 홈플러스는 “지난달 27일 오후 5시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25일 단기채를 발행하기 전에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알았다는 신영증권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 신용평가사가 공개하기 사흘 전이자, 단기사채 발행 시점과 맞물린다.
 
이에 홈플러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25일에도 자금조달을 위해 카드사에 납부할 이용대금채권을 기초로 82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개시로 CP·전단채 신용등급은 ‘D’까지 떨어져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MBK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난 4일 기준 CP·전단채 발행 잔액은 1880억원이다. CP·전단채는 무담보 금융상품으로 변제 뒷순위여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는 이처럼 단기 자금 조달과 채권 유통시장에서 치명적인 후폭풍을 불러올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고도 일반 투자자에게 CP 등을 팔아 손해를 입히면 도덕적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영증권은 “2월25일 단기채 발행 전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에 대해 인지했을 것”이라 주장하며 홈플러스를 사기죄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묶인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은 6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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