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약 2년 동안 노동자 5명이 잇따라 숨진 특수강 제조업체 세아베스틸의 전 대표와 임원들이 20일 처음 선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이민영)은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철희 세아베스틸 전 대표이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 협력업체 관계자 등 12명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세아베스틸 측 변호인은 “먼저 피고인들은 귀중한 인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를 전하며, 사고 이후 그들과 민형사상으로 원만하게 합의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단지 사고의 결과만을 두고 피고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형사처벌의 이념과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사측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있었는지를 잘 헤아려 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변론은 사업장 내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은 통감하면서도, 중대한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변호인은 공장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를 시간대별로 1·2·3차로 나눠 사측에서 안전 보건 주의 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는데도 노동자들이 숨지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3차 사고로 분류된 화상으로 숨진 노동자 2명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방열복을 입지 않은 것이지, (사측에서) 방열복을 제공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협력업체 측 변호인들은 세아베스틸과 달리,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검찰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세아베스틸 군산공장에서는 앞서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노동자 5명이 숨졌다.
2022년 5월 지게차에 치인 노동자가 숨진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철강 제품과 트럭 적재함 사이에 끼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2023년 3월에는 연소 탑을 청소하던 노동자 2명이 고열의 연소재에 화상을 입어 치료 중 사망했으며, 2024년 4월에는 협력업체 직원이 배관에 깔려 숨졌다.
검찰은 이 가운데 수사 중인 마지막 사고를 제외한 3건의 인명사고에 대해서만 우선 기소했다.
한편, 다음 재판은 오는 5월15일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