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가 기존 점포 자산을 활용한 ‘퀵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하고 신규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한다. 배송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판매 채널을 다각화해 외형 성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이마트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해 기존 점포 자산을 활용한 퀵커머스 등과 같은 대고객 배송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지난해 경제적 불안정성과 사회적 혼란이 가중돼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단행, 조직 통폐합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비용 효율화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29조209억원, 영업이익 471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940억원 개선하며 흑자 전환했다. 별도 기준 실질적 영업이익은 최근 3년 내 최대 수익을 기록했고, 지난해 주가는 최저점 대비 약 40% 상승했다.
한 대표는 올해 3가지 핵심 전략으로 △상품 경쟁력 확보·마케팅 혁신 △신규 출점 확대·판매 채널 다각화 △강도 높은 비용 구조 혁신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 대형마트·창고형·슈퍼마켓·온라인 업태별 매입에서 통합 매입 체계로 전환해 단일 매입 규모가 1.7배 확대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이라며 “상권 규모와 입지, 수익성 등 핵심 요건을 검토해 트레이더스·푸드마켓 등 다양한 포맷으로 영업 기반이자 성장 동력인 점포를 적극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용 구조 혁신과 관련해선 조직 통폐합을 통한 인력 효율화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생산성 증대를 꼽았다. 이마트는 2027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저 배당 상향, 자사주 조각 등의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올해와 내년 2년간 56만주(전체 주식의 2%)를 자사주 소각하고, 주당 최소 배당금을 기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개의 건 등 6개 안건이 상정됐다. 의결 사항 6개 의안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개의 건’을 제외하고 모두 가결됐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개의 건(주주제안)은 투표 결과 부결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주주제안이 모두 상정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1개 의안이라도 상정된 것도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실효성 있는 설계와 적극적인 이행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제안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다른 주주는 “이마트가 ESG에 선도적인 기업이라 주주제안을 한 것”이라며 “임원들과 이사들에게 지급되는 보수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하면 회사의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한 대표는 “회사의 임원 보상 시스템은 내부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있고 체계를 더 들여다볼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새로운 턴어라운드 작업을 진행 중에 있고 당사가 세운 전략 방향대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퀵커머스 재시동…효과 있을까
이마트는 퀵커머스 사업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며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이마트는 2022년 ‘쓱고우’라는 이름으로 도심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구축해 퀵커머스 시범 서비스를 전개했지만 인프라와 비용 문제 등으로 지난해 말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이번에는 배달앱 입점 방식으로 빠른 배송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왕십리·구로점은 지난해 11월 배달의민족에 입점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고객 편의성 확대를 위해 테스트 차원에서 퀵커머스를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왕십리, 구로, 동탄 3개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파일럿 테스트이기 때문에 앱 서비스 개발 등의 추가적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퀵커머스의 높은 성장세를 활용해 통합 이마트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2022년 10월 론칭한 에브리데이 자체 퀵커머스 ‘e마일’은 매장 기반 1시간 즉시배송 서비스로, 점포 반경 2km 내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의 퀵커머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특히 한 대표 부임 이후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의 통합 시너지를 구축한 만큼 향후 퀵커머스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퀵커머스는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활발히 운영 중”이라며 “이마트에브리데이 퀵커머스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퀵커머스 시범 서비스 운영을 통해 확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