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병원들이 환자 편의성을 높이고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시설 확장에 나서고 있다.
8일 병원계에 따르면 건국대학교병원, 부산백병원, 울산대학교병원, 삼육서울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이 잇따라 신관 증축 및 리모델링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건국대병원은 오는 6월 지상 주차장 건물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차장 건립이 완료되면 12월부터 본격적인 신관 증축 공사를 진행한다. 부지는 병원 앞 쌈지공원 자리를 활용한다. 신관은 3층 규모의 외래센터로 짓는다.
건국대병원의 외래센터 증축은 오랜 숙원 사업이다. 유광하 건국대병원장은 지난 2022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초음파, CT 검사실, 조직 검사 등 진단 검사 공간을 확보하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신년하례회 인사말에서도 “2025년은 신축 병원 개원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병원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했다.
삼육서울병원은 이달부터 900억원을 들여 신관 증축에 나선다. 병원은 2018년부터 신관 건립을 위한 부지 개발을 단계적으로 진행했으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건폐율 및 층고 제한 완화 승인을 받아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신관은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본관과는 별도의 건축물로 조성하며, 최신 의료 수요를 반영한 설계를 적용한다. 중환자실, 수술실, 심뇌혈관센터, 음압 병상 등 부족했던 필수 의료 기능을 확충한다.
삼육서울병원 관계자는 “이번 공사는 부대비용을 포함해 약 900억원이 투입되는 지역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 사업으로, 병원의 오랜 숙원이자 지역 의료 발전의 전환점이 될 사안”이라며 “향후 본관 리모델링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울산대병원의 경우 정부로부터 3년간 420억원의 지원을 받아 방사선 치료시설과 수술실 등을 증설할 계획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전국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의 최종 치료 역량 강화를 위한 중증·고난도 진료 인프라 첨단화 사업에 81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울산대병원은 해당 사업에 참여해 일정 예산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기존 부지 내 신관 건물 뒷편에 지하 벙커를 포함한 4층 건물을 증축·리모델링한다.
부산백병원은 이달 폐교된 부산 진구 개금동 주원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해 병원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병원은 해당 부지에 중증응급센터를 신설하고 의과대학 시설을 확장하는 한편, 이 일대 부족한 주차 공간과 의료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부산백병원 관계자는 “중증응급센터가 들어서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병원 증축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당초 계획한 증축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병원도 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의정 갈등에 따른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이후 진료, 수술이 지연되고 입원도 대폭 줄었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의 분원 설립 및 외래센터 증축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병원 매출이 직격타를 맞으며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고,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정책까지 겹치며 증축 사업에 대한 투자 여건이 악화됐다. 한양대병원은 2026년까지 외래센터를 확장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중단했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의 외래와 일반 병동을 축소하는 개편안을 세우면서 사업을 잠정 중단하게 됐다”며 “공사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논의 중”이라고 했다.
병원계는 지난해 말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이 본격화되고 정부의 개편안이 점차 안정화됨에 따라, 조만간 분원 및 시설 증축 사업을 위한 병원들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분의 대형병원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며 “정부의 지원과 함께 올해 실적을 회복하고, 기존 사업을 재추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