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의 여파가 교육 현장을 뒤흔들고 있다. 서울 지역 초·중·고교 학생 수가 1년 새 2만명 넘게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교육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6일 유치원, 초·중·고, 특수학교, 각종학교 등 총 2115곳의 ‘2025학년도 학급 편성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서울 전체 학생 수는 81만2207명으로 지난해(83만5070명)보다 2만2863명 줄었다. 이 중 초·중·고교 학생 수는 74만5815명으로 전년보다 2만391명 감소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 수는 34만2249명으로 2만908명, 고등학생은 20만3454명으로 3857명 줄었다. 반면 중학생 수는 20만112명으로 전년 대비 4374명 증가했다. 이는 출산율이 높았던 ‘백호띠’(2010년생)와 ‘흑룡띠’(2012년생)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된다.
학교 수는 총 2115개교로, 지난해보다 4개교 줄었다. 초·중·고와 특수학교는 1349개교로 변동이 없었으나, 유치원은 749개원으로 5개원 감소했다.
전체 학급 수 역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유치원의 경우 3478학급으로 98학급 감소했으며, 중학교는 8060학급으로 173학급, 고등학교는 8527학급으로 237학급이 줄어들었다. 다만 특수학교와 각종학급 학급 수는 그대로였다.
학급당 학생 수는 초·중·고 평균 23.3명으로 학생 수와 학급 수가 같이 줄면서 전년과 동일한 수치를 유지했다. 이 중 초등학교는 21.4명으로 전년 대비 0.5명 감소한 반면, 중학교는 26명으로 1.2명, 고등학교는 24.7명으로 0.2명 증가했다.
이번 통계는 3월10일 기준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는 복합적인 여건 속에서 적정한 학급 편성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지역 및 학교별 여건을 고려한 학급 운영,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적정 규모 학교 육성 등 교육 여건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교사 수급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신규 교사 임용 규모는 지속적으로 조정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정원 감축 논의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교육청에서는 학생 수 급감에 따라 ‘작은 학교’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은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질적 투자로 방향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특히 유휴 교실을 지역사회 복합시설이나 돌봄·창의교육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형 교육모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학습 시스템, 온라인 맞춤형 교육 플랫폼, 융합형 커리큘럼 확대와 함께 이를 위한 교사 연수와 인프라 구축도 병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교육 시스템의 선진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학령인구는 계속 줄고 있고, 학부모들의 교육적 요구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부응하기 위해선 선진국에 걸맞은 교육 시스템과 역량을 갖춘 교사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에 대한 공공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DHD나 우울증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생활지도에 예산과 인력, 학습 공간, 프로그램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수업 방해 요인을 줄이고 교사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AI 교육 관련해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교 현장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예산 투입이 선행돼야 한다”며 “학생·학부모·교사가 모두 체감할 수 있도록 예산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