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1966)'와 CI(Corporate Identity)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1966)'와 CI(Corporate Identity)

기사승인 2019-11-13 11:31:09

“시간이 흘러도 잊혀 지지 않는 사랑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그렇지 않겠냐 만은 감미로운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미가 어우러져 50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 영화가 있다. 

바로 '남과 여(1966)'다. 아내가 자동차 사고로 쇼크를 받아 자살한 홀아비와 스턴트맨인 남편이 영화 촬영도중 사고로 죽은 과부의 사랑을 감미롭게 그린 영화다. 내용으로 보면 그렇고 그런 영화에 불과할지 모른다.

사람들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영상미(映像美)일 것이다. 이 영상미는 다른 예술이 넘볼 수 없는 영화예술만이 지니고 있는 표현수단이다.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 1987)>에서는 천사의 세계는 흑백, 인간의 세계는 컬러로 표현되며, <유로파(Europa, 1991)>에서는 일상의 사건은 흑백, 중대한 사건은 컬러로 표현된다. 이들 영화와는 달리, <남과 여(1966)>는 컬러를 적절이 배합하여 영화의 영상미를 얘기할 때 올드팬들에게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영화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과거와 현재, 환상과 현실이 그들의 미묘한 심리변화에 따라 천연색화면과 단색화면으로 아름답게 채색되어 간다. 또한, 프란시스 레이의 감미로운 음악이 영상과 어우러져 로맨틱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시적인 영상미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컬러의 중요성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컬러는 ‘색(色)’을 뜻하지만, ‘형상’이나 ‘성격’이란 의미도 포함한다. 예로부터 한국에서도 전통색채를 오색(五色)으로 구분하여 각각 의미 부여하였다. 즉, 파랑(靑)은 ‘생명, 생기, 복’, 빨강(赤)은 ‘정열’, 노랑(黃)은 ‘고귀함(황제, 권위)’, 하양(白)은 ‘순결, 청렴, 태양, 신성’, 검정(黑)은 ‘권위’를 의미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컬러가 지니는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기업에서도 ‘기업의 정체성(CI; Corporate Identity)’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컬러가 사용된다. 물론, CI를 통하여 기업별 차별화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심벌마크ㆍ로고타입ㆍ전용색상(컬러)ㆍ슬로건 등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컬러만 살펴보자. 국내 최초로 CI가 도입된 기업은 1936년 버들을 형상화한 심벌마크에 녹색이라는 컬러를 사용한 유한양행이었다. 현재에도 제약회사의 경우 주로 초록색과 파랑색을 사용하고 있는데, 초록색은 안정, 풍요, 생명의 이미지를, 파랑색은 전문성과 신뢰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또한, 식료품회사는 빨강색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빨강색이 식욕을 왕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역동적이고 밝은 이미지를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그 외, 자동차제조회사들은 파랑색, 금융기관(은행)은 파랑색(초록색), 택배회사는 파랑색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컬러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기분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성공한 인생에는 뚜렷한 컬러가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자신만의 컬러가 있음은 물론,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려고 컬러를 통한 마케팅에도 노력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사회는 소비자의 감성에 어필하는 이미지경쟁시대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품의 질이나 효용성 이전에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나 컬러가 상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영화 <남과 여>가 뛰어난 영상미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는 점은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

정동운(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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