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도, 약도 없는 뇌동맥류…순간의 치료가 예후를 가른다

증상도, 약도 없는 뇌동맥류…순간의 치료가 예후를 가른다

가족력·고혈압·흡연 등 발병에 영향
중장년·여성 비율 높아…폐경 뒤 검사 도움
치료 목적은 파열로 인한 뇌출혈 방지
통증 적고 회복 빠른 코일색전술 선호

기사승인 2022-02-18 07:00:20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뇌동맥류 파열이 의심되는 환자다. 응급실로 긴급 이송된 환자는 입고 있는 옷에서 구토 흔적이 보였고, 의식이 흐렸다. 팔 마비 증세도 관찰됐다. 의료진이 서둘러 수술실로 향한다. 파열이 일어났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골든타임을 지켜 파열 부위부터 잡는 게 관건이다.

24시간 뇌혈관질환 응급 시스템을 운영하는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 최근 뇌동맥류 발생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하듯 관련 진료 및 수술이 이어지고 있다. 곧장 수술이 가능한 뇌혈관 전문의 5명이 병원에 상주하고, 신경외과를 비롯한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의 협진 체계도 위급한 순간에 맞서 상시 가동한다. 코로나19 방역이 강화된 상황 속에서 분초를 다투는 뇌혈관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연구 성과를 내놓기도 한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 의료진의 도움말을 얻어 뇌동맥류의 진단, 치료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 의료진이 동맥류 속 혈류를 막는 코일 색전술을 시행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제공

◇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왜? 

환자의 두려움을 부르는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뇌동맥류는 뇌혈관이 부풀어 올라 생긴다.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약해지면서 그 부분이 풍선이나 꽈리처럼 팽창한 것이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발생 지점을 보면 대개 혈관이 나눠지는 곳인데, 이를 두고 혈류 방향이 바뀌는 과정에서 혈관벽이 자극을 받는다는 추정이 나온다.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진 혈관벽은 손상을 입어 탄력이 줄고 부풀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박해관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 교수(신경외과)는 “뇌동맥 벽의 손상이나 결손 등 조직학적 원인, 뇌혈류역학적 원인 외에도 가족력과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 흡연 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 뇌동맥류는 후천적 질병? 

뇌동맥류 환자의 수는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뇌동맥류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 2015년 5만8,541명에서 2019년 11만5,640명으로 늘었다. 최근 5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40~60대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다. 이는 혈관과 신체조직의 노화, 수년간 이어진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과 무관하지 않다. 고혈압이 있거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각각 1.46배, 2.08배 높은 발병 위험도를 보인다. 성별로는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에 비해 1.5배가량 컸는데, 특히 폐경 이후에는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혈관 탄성력도 떨어지는 만큼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1.77배까지 위험 수준이 올라간다. 가족 중 두 명 이상이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면 나머지 가족은 미리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 뇌동맥류 무서운 이유, 파열?

뇌동맥류가 무서운 이유는 부풀어 오른 부위가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열 없는 뇌동맥류는 아예 증상이 없거나 두통 등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파열이 일어나면 극심한 두통,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출혈 양상에 따라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안재근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 교수(신경외과)는 “뇌동맥류는 파열 시 30~40%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된 무서운 질환이지만, 모든 뇌동맥류가 발견 즉시 파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증상이 없는 경막 외 뇌동맥류, 또는 크기가 5mm 이하이고 모양이 일정하면서 파열 위험인자가 없는 경우에는 추적 관찰을 하며 지켜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뇌동맥류의 크기, 모양, 위치에 따라 파열 위험성은 천차만별이다. 25mm 이상의 거대 동맥류라면 1년 안에 파열될 가능성이 크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는 뇌혈관 전문의의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뇌동맥류 파열은 곧 뇌출혈을 의미한다. 따라서 뇌동맥류의 치료 목적은 파열을 막는 것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 뇌동맥류 치료의 시작은 진단? 

뇌동맥류는 단순 CT나 MRI로는 발견이 어렵다. 뇌 컴퓨터단층 혈관 조영술(뇌 CTA) 검사, 뇌 자기공명 혈관 조영술(뇌 MRA)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정상 뇌동맥에서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와 있는 혈관 구조물이 발견되면 뇌혈관이 잘 보이도록 약물을 주입해 X선 촬영을 하는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는데 이는 혈관 정밀 검사로, 치료 방법을 좌우한다. 안 교수는 “기존 뇌혈관 조영술이 대퇴동맥으로 관을 삽입했다면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는 손목을 이용하면서 안전성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며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출혈이 적어 뇌 CT나 MRI로 알아보기 어려울 때 파열로 인한 두통이 의심된다면 허리에서 뇌척수액을 뽑아 출혈 소견을 보고, 이어 뇌 CTA, MRA 촬영에서 뇌동맥류가 확인되면 뇌혈관 조영술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이어 “원인을 알기 어려워 예방법도 분명하지 않은 뇌동맥류는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CTA, MRA를 추가 항목으로 포함시키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적기 치료를 할 수 있다면 예후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 의료진의 코일 색전술 전개 과정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환자의 뇌동맥류가 코일로 메워지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제공

◇ 약도 없는 뇌동맥류, 치료법은? 

뇌동맥류를 없애거나 파열 없이 잠재우는 약물은 없다. 대신 크게 두 가지 치료에 집중한다. 먼저 혈관 내 치료법인 ‘코일 색전술’은 뇌동맥류 안으로 미세 도관을 넣고 부드러운 금속 재질의 실, 즉 코일로 채워 파열을 막는다. 통증이 적고, 빠르게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보편화됐다. 임상혁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 교수(신경외과)는 “코일 색전술은 뇌동맥류의 목 부위가 좁거나, 뇌동맥류가 머리 뒷부분에 생겼을 때 주로 한다”면서 “고령이거나 다른 질환으로 건강 상태가 안 좋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개두술로 알려진 ‘결찰술’은 현미경을 쓰는 미세 조작 수술이다. 두개골을 연 뒤 특수 클립을 사용해 동맥류 목 부분을 묶는다. 크기가 크거나 목이 넓은 동맥류를 치료할 때 유용한 방법으로, 재발률이 낮다. 하지만 수술 중 뇌 조직이나 혈관이 손상될 수 있어 세심한 처치가 요구된다. 이민형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 교수(신경외과)는 “치료를 해야 한다면 코일 색전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만 뇌동맥류의 위치와 혈관 상태, 동맥경화 정도를 감안해 결찰술을 할 수 있다”며 “은평성모병원 뇌신경센터의 경우 두 수술이 동시에 가능한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미세 도관, 코일, 스텐트(금속 그물망) 제작 기술이 거듭 발전하면서 뇌동맥류의 치료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스텐트를 삽입해 혈류의 방향을 틀어 혈관벽의 부담을 줄이는 ‘뇌혈관 혈류 변환 스텐트 수술’ 등은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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