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 2학년에서 정서와 창의성, 인성을 함양하는 음악·미술 교과를 살려내라. 문제점을 알고도 방치하는 교육 설계자들의 무책임을 규탄한다.”
현직 교수와 초등교사들이 우리나라 초등학교 1~2학년 교과과정에서 사라진 음악과 미술 과목 정상화를 촉구했다.
한국 음악교육·미술교육 공동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한 38개국 가운데 한국만이 초등학교 1, 2학년에 음악·미술 교과가 없는 유일한 국가라며 음악·미술 교과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9차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요청 사항’ 진행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올해 초등 1, 2학년과 내년 중1·고1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변경은 교육부가 요청한 사안이다. 내년부터 초등 1, 2학년이 배우는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 교과를 분리하고 중학교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약 30% 확대하는 내용이다. 안건은 앞서 지난 12일 국교위 전체회의에서도 논의됐으나 야권 성향 위원들의 반대로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체육이 분리되면 약 40년 만에 별도 교과가 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서는 제4차 교육과정 이래 40년 동안 초등 1, 2학년이 배우는 통합교과 ‘즐거운 생활’로 체육·음악·미술 교과를 수업시수를 합쳐서 운영했다.
비대위는 체육 분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음악과 미술 교육 분리 역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현재 초등 저학년 음악·미술 관련 수업에 대해 “미술 영역에서는 단순한 그림, 꾸미기와 만들기, 음악 영역에서는 노래 부리기가 주를 이루면서 유치원의 누리과정에서 배운 내용과 수준을 답습하거나 퇴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미술과 음악 교육이 전학년기에 걸쳐 연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초등학교 1, 2학년 통합교과에서 미술과 음악 교과를 분리하라”고 강조했다.
류지영 춘천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제16대 한국미술교육학회장)는 쿠키뉴스를 통해 “체육뿐만 아니라 미술과 음악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요즘 학교 교육은 창의성과 아무 상관이 없는 색칠하기 정도다. 시간 때우기식 수업이 된다”고 분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교사가 전문성과 관련 없이 미술, 교육 등을 통합해 가르쳐야 하는 점에 대해 “교사들이 너무 어려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류 교수는 “미술·음악 교과를 통해 창의력 개발을 하기 위해 누군가는 학원으로 향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학교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희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