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이 남편의 한마디에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바꾼 일화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한강은 지난 200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공개한 자전소설 ‘침묵’을 공개한 바 있다. 침묵은 어머니의 출산에 대한 기억과, 첫 아이를 갖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소설에 따르면 한강의 어머니는 다섯 아이를 낳는 동안 한 번도 소리를 지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한강은 이에 대해 어머니가 산고를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끝까지 버텨내고자 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자신 또한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종종 태동을 느꼈다며, “다만 그때(출산)가 되어 감히 어머니처럼 침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한강은 소설에서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원해서 살게 된 삶이 아니라는 것. 문학평론가이자 남편인 홍용희씨와 결혼한 지 두 해쯤 지났을 때 이와 비슷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며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출산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한강에게 홍씨는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라며 조심스레 설득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에 한강은 “지금 와서야 세상이 살만해진 것은 맞다”면서도 “아이가 그 생각을 갖게 될 때까지 겪을 고통을 모른 척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자신이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고통을 겪게 하냐는 것이다.
이에 홍씨는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 그런 거,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라며 온갖 맛있는 것들을 언급했다. 한강은 홍씨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면서 “달콤한 여름 수박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아무런 상념 없이 그 맛을 즐겼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과 홍씨의 이러한 일화는 SNS 등 여러 온라인 공간에 ‘애 안 낳으려고 했던 한강 작가가 설득된 말’이라는 제목으로 공유되고 있다. 특히 한강이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마쳤을 때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한강은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정말로 놀랐고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10일 한강은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한강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국내외 서점에서 그의 책이 품절되고, 이탈리아에서는 ‘채식주의자’가 연극으로 제작되는 등 이른바 한강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