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노사는 임금을 6.3% 인상안, 성과급 지급 방식, 적자 발생 시 임금 일부 지급 이연 등을 담은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고 20일 밝혔다.
새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성과급은 당해 지급분의 40%를 현금으로, 40%를 주식으로 지급한다. 나머지 20%는 각각 10%씩 1년과 2년 뒤 주식으로 나눠 지급한다. 전체 성과급의 60%가 자사주로 지급되는 구조다. 교섭 당시 거론됐던 매도 제한 기간은 빠졌다.
구성원이 원하면 성과급 전부를 주식으로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시행 첫해에는 개인별 자금 운용 사유 등을 고려해 현금 지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주식 수는 연간 잠정 실적 공시일, 초과이익분배금(PS) 현금 지급일, 주식 지급일 등 세 시점의 종가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노사는 반도체 불황에 대비한 장치도 합의안에 담았다.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의 최대 3%를 이연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경영이 정상화되면 이연분은 즉시 회복한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지급 방식을 1년 만에 다시 손질한 것은 성과급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상한선을 폐지하기로 했다. PS 지급액의 80%는 당해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기로 했다. 이 방식은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증권가 실적 전망에 따르면 성과급 규모는 수억원 대로 불어날 수 있다. 증권가 예상대로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250조원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PS 재원은 영업이익의 10%인 25조원이다.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에게 단순 배분하면 1인당 평균 약 7억원 수준이 지급된다. 실제 지급액은 직급과 개인별 평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새 지급 방식을 적용하면 7억원 가운데 약 2억8000만원은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약 4억2000만원은 자사주로 받는 셈이다. 이 가운데 주식 20%는 최대 2년 뒤까지 나눠 지급된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도 지난 5월 특별 성과급을 100%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SK하이닉스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일부를 자사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회사와 임직원이 반도체 호황의 성과를 공유하고 장기적인 이해관계를 맞추는 방향으로 성과급 제도를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금으로 받은 성과급은 지급과 동시에 보상이 끝나지만, 주식은 이후 회사의 실적과 주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에 “단순히 임금을 많이 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임직원이 회사의 주주로서 기업가치 상승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특히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업황에 따라 실적과 주가 변동성이 큰 기업에서는 회사의 장기 성장과 직원의 보상이 연결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성과급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보다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면 회사 입장에선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과 생산시설, AI 반도체 등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의 장기 성장에 대한 주인의식이 높아질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자는 안정적인 임금을 받고 투자자는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남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라며 “성과급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고 이를 현금으로 지급하면 근로자가 불확실한 이익을 주주보다 먼저 가져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면 구성원도 주주와 같은 입장에서 회사의 성과와 위험을 함께 부담하게 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 맞는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10년 간 유지하기로 한 성과급 지급 방식을 1년 만에 손질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우려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주식 지급 방식 자체는 바람직할 수 있지만 기존에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계약이 있었다면 우선 계약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며 “계약이 체결된 뒤 지급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계약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제도가 다른 대기업의 성과보상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앞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에서도 단순한 현금 성과급보다 주식이나 RSU 등 기업가치와 연계된 보상체계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우수 인재가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이번 잠정합의안은 향후 대의원 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노사가 성과급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지 1년 만에 변경했다는 점에서 부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