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1일 (5)
[‘뇌(腦)피셜’ 말고 팩트] 미리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뇌(腦)피셜’ 말고 팩트] 미리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승인 2026-08-21 10:39:01 수정 2026-08-21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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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할머니 환자분이 아들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오셨다. 보호자인 아들의 머리에도 흰머리가 소복이 앉아 있었다. 아들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우리 아버지는 환갑을 치르자마자 돌아가셨어요. 얼마 후 어머니도 환갑이 되셨을 때 ‘내가 이제 얼마나 살겠냐, 영정 사진이나 찍어두자’고 하셨죠. 이른 감이 있었지만 어머니가 원하시니 60세 되던 해에 영정 사진을 찍어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30년을 더 사셨네요. 이제는 제가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찍으셨던 그 나이보다 더 늙었습니다.”

근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눈부시게 늘어났다. 예전의 80세와 요즘의 80세는 사뭇 다르다. 노년층 스스로도 이렇게 오래 살 거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중장년층은 부모 세대를 바라보며 자신의 노후를 한층 깊이 고민하게 된다. 오래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결국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몸이 아프지 않고, 특히 우리의 뇌를 맑고 건강하게 오래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병은 증상보다 늘 먼저 시작된다. 노인성 치매의 대표격인 알츠하이머병이 특히 그렇다. 기억력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을 때쯤이면 뇌 안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리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내 뇌 속에서 병이 시작되고 있는지 미리 알 수 있을까?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어느 날 갑자기 쌓이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증상이 나타나기 15~20년 전부터 뇌에 서서히 축적되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를 ‘전임상 단계’라고 부른다. 아밀로이드가 쌓인 후 ‘타우’라는 또 다른 단백질이 이어서 축적되고 뇌세포가 손상돼야 비로소 기억력 저하라는 증상이 겉으로 나타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뇌 안에서는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병이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무증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검사에서도, 본인 스스로도 아무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완전한 무증상 상태가 있고, 검사상으로는 정상이지만 본인은 ‘예전과 다르게 인지기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상태가 있다. 후자를 의학적으로 ‘주관적 인지저하’라고 부른다. 주변에서는 알지 못하는 본인만의 미세한 변화가 향후 나타날 인지저하의 첫 신호일 수 있기에, 이 단계는 단순한 기우나 건망증과 구분해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지만 향후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는 검사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인지기능 검사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같은 연령·학력의 사람들과 비교해 인지기능이 떨어져 있는지를 평가한다. 둘째는 뇌 MRI다. 뇌 위축이나 뇌혈관질환(허혈성 변화) 등 구조적 이상을 확인한다. 뇌 위축이 심하다면 알츠하이머병이나 노인성 치매일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MRI에서 확인되는 구조적 위축은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 관찰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뇌의 구조적 위축이 나타나기 전 아주 초기 단계의 생화학적 변화를 포착하는 방법이 세 번째인 아밀로이드 PET-CT다. 이 검사는 뇌 속에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실제로 쌓여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직접 확인하는 가장 정확하고 과학적인 검사법이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매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병의 초기에 아밀로이드 PET-CT로 병리를 확진하고 적절한 치료 대상을 선별하는 임상적·과학적 의의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PET-CT가 모든 사람에게 필수적인 조기 검진 수단은 아니다. 뇌에서 아밀로이드 양성 소견이 나오더라도 치매 증상이 정확히 언제 시작될지는 예측하기 어렵고, 오히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삶의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기 확인이 곧바로 완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검사 결과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함께 필요하다.

따라서 아무런 위험 요인도, 호소하는 증상도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치매 조기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상업적으로 검사를 권유하는 것과 의학적 근거에 기반해 검사를 권하는 것은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아밀로이드 PET-CT는 뚜렷한 대상이 정해져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위험(가족력)이 있거나 본인이 느끼는 주관적 인지저하가 분명한 경우, 또는 인지기능 검사나 MRI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의가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시행을 고려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치료 및 관리 계획을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세우게 된다.

초고령사회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전보다 훨씬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60세에 영정 사진을 찍고도 30년을 더 살아오신 그 어머니의 삶처럼, 길어진 노년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지혜롭게 준비하고 누려야 할 소중한 시간이다. 뇌가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 귀를 기울이되 과도한 불안은 내려놓고 전문의와 함께 차근차근 준비해 나간다면, 우리 모두가 맑은 정신으로 훨씬 더 건강하고 재미있게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지선 대한신경과의사회 학술이사 (브레인업 신경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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