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9일 (3)
기업가정신 교육은 청년기 이행 정책이어야 한다 [유재은의 정책디자인]

기업가정신 교육은 청년기 이행 정책이어야 한다 [유재은의 정책디자인]

글·유재은 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 조교수

승인 2026-08-17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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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취업이 어려워요” 만큼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저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제는 단순한 진로정보 부족이 아니다. 자신의 관심과 강점을 탐색하고, 스스로 선택해 시도하며, 실패한 뒤 다시 방향을 수정해 본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는 의미에 가깝다.
 
우리는 이런 청년들에게 다시 취업정보와 스펙을 제공한다.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고, 인턴을 연결하고, 취업 준비 프로그램을 늘린다. 물론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답해야 할 질문이 있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청년에게 부족한 것은 선택지가 아니라, 때로는 ‘선택의 기준’​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진로도 선택할 수 있다. 결국 진로 선택의 출발점은 자신만의 ‘자기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오랫동안 자기기준을 만드는 법보다 정해진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법을 가르쳐왔다.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어디에 들어갈 것인가’를 먼저 물었다. 입시 이후에는 대학, 대기업, 공무원 등 익숙한 경로가 모범답안처럼 제시됐다. 좋은 선택을 하는 법보다 정답을 맞히는 법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나 청년기 이행은 그렇게 단선적이지 않다.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던 삶에서 독립된 삶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청년은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전공과 다른 일을 하거나, 직업을 바꾸고, 실패 이후 다시 경로를 설계할 수도 있다.
 
청년기 이행에 필요한 것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변화할 때마다 다시 선택할 힘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회사를 만드는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사람과 자원을 연결하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실행하고 실패 이후 다시 시도하는 역량이다.
 
그래서 창업하지 않을 청년에게도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공무원도 기존 행정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해야 한다. 기업의 구성원도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직업은 달라도 변화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같다.
 
기업가정신은 결국 “무엇을 창업할 것인가”보다 앞서,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내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힘이다.
 
문제는 이러한 힘이 사회에 진입한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택하고, 실행하고, 실패하고, 다시 수정하는 경험은 청년기 이행 이전부터 교육을 통해 충분히 연습 되어야 한다. 특히 대학은 청년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입하기 전 이러한 경험을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학의 기업가정신 교육이 청년기 이행 관점에서 중요해진다. 창업동아리나 창업경진대회처럼 일부 창업 희망자를 위한 선택적 프로그램 지원을 넘어 모든 청년의 사회 진입과 이행을 준비하는 보편적 교육정책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탐색하고, 문제를 발견하며, 타인과 협업해 직접 실행하고 수정하는 경험을 교육과정 안에서 충분히 가져야 한다.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이 창업했는가’를 넘어 학생이 자신의 선택 기준을 세웠는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지, 타인과 협업해 실행할 수 있는지, 실패 이후 새로운 선택지를 설계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청년이 스스로 다음 경로를 만드는 힘을 갖췄는가가 기업가정신 교육의 중요한 성과가 되어야 한다.
 
이 관점은 청년정책에도 이어진다. 일자리를 연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청년의 이행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첫 직장이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직업과 산업은 계속 변한다. 정부가 청년의 다음 선택을 대신해 줄 수도 없다. 좋은 청년정책은 하나의 길을 정해주는 정책이 아니라, 변화한 환경에서도 청년이 자신의 기준으로 다음 길을 만들어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정책이어야 한다.
 
대학의 기업가정신 교육이 그 힘을 기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창업자를 몇 명 더 만드는 교육을 넘어, 청년이 자기기준을 세우고 자기 삶의 경영자가 되도록 돕는 것. 그것이 기업가정신 교육을 청년기 이행 정책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유재은 조교수 약력]
현 숭실대학교 베어드학부대학 조교수
현 기획재정부 자체규제심의위원회 위원
현 고용노동부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현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위원회 위원
현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현 서울시 일자리위원회 위원
전 서울특별시 청년정책네트워크 정책위원단 고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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