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고 이튿날인 27일 경찰과 소방당국의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는 사고현장인 고양종합터미널 앞에서 억울하고 답답한 심경을 호소하는 몇몇 가족들이 나타났다.
그 중 이번 사고로 부상을 당한 부모를 모두 병원에 두고 온 이규윤(47)씨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혹시 부모의 소지품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현장을 찾았다는 이씨는 기자들에게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아버지는 가벼운 부상이지만 어머니는 산소호흡기를 단 위독한 상태라고 밝힌 그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 어느 누구 사과는커녕 상황설명을 해주는 이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 아침 TV를 통해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뉴스를 접하고 부모님이 안산으로 가기 위해 그곳으로 간 것을 떠올렸다. 그는 한걸음에 현장으로 달려갔으나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 간신히 사상자들을 후송시켰다는 병원을 알아낸 그는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 3시간여 만에 일산백병원과 일산병원에서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았다.
어머니를 아버지가 있는 일산백병원으로 옮기려 하자 일산병원에서는 치료비를 내야 퇴원할 수 있다는 사무적인 입장만 내놓을 뿐 여기서 또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이렇게 상황을 설명한 그는 “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누가 챙겨주지도 않는, 개가 당한 것보다 못한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그리고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 피해자 가족에게 연락 한번 없는 이런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가슴을 쳤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들의 반발은 더 심하다. 아버지 신태훈 씨를 잃은 딸 수진 씨는 유가족들을 대표해 이날 “빨리 사고의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면서 “유가족들이 제대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장례 절차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분향소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씨는 ‘고양터미널 건축현황’이란 제목의 문서를 공개하면서 “고양시에서 이번 사고와 관련해 방화스크린 변경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유가족에게는 숨기고 있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유가족들의 울분 섞인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사고로 희생된 KD운송그룹 고양터미널 지사장 이강수 씨의 남동생은 현장에서 통제하는 경찰을 향해 “내가 유가족인데 여기 총괄하는 사람 누구냐”면서 “뭐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이렇게 찾아왔다”고 소리쳤다.
고양=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