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환자에게 효과적이고 좋은 치료제가 있어도 비용이 부담돼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보다 더 절망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폐암 환자에게 큰 희망을 주었지만, 값비싼 약값으로 인해 ‘절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던 약이 있다. 대표적인 약이 화이자의 폐암 치료제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다. 이 의약품은 정부에서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이 약을 먹는 데 드는 한달 비용만 무려 1000여만원이나 들었다. 한 알당 약값은 16만원이 든다. 1년이면 약 1억2000만원이다. 이같은 비용을 부담하고 약을 복용할 수 있는 환자는 드물다.
잴코리는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제로 적응증이 있는 약물이다. 이 약의 대상 환자수는 약 300여명으로 집계된다. 당시 잴코리 출시 직후 화이자는 ALK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잴코리를 ‘진료상 필수약제’로서 급여 신청했다. 하지만 심평원 측은 당시 “잴코리와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인 페메트렉시드 혹은 도세탁셀이 쓰이고 있으므로 잴코리가 진료상 필수약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다시 말해, 이 약이 기존 약제에 비해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하여 보험급여로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화이자는 잴코리의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는 추가 자료를 준비해 심평원에 꾸준히 제출해 왔지만, 급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생긴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잴코리가 이달부터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이하 ALK)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1차 이상의 치료시 급여 확대 적용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심평원의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안 공고에 따른 것이다.
잴코리는 지난 2011년 12월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국내 허가 받은 후 2015년 5월부터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 이상에서 급여가 적용됐다.
송찬우 한국화이자제약 항암제 사업부 전무는 “이번 잴코리의 1차 보험 급여 확대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임상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고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환우들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폐암 환우인 박지현(가명)씨는 “그동안 치료효과가 좋은 잴코리에 대해 1차 급여 적용 대상자가 아니라 마음고생을 했다. 값비싼 약을 복용하는 데 경제적 부담이 있었는데, 정부에서 약값 부담을 덜어주어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국가종합암네트워트(NCCN)는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잴코리 투여를 권고하고 있다. 현재 잴코리는 1차 치료에서 급여 가능한 유일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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