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세부적인 합의는 전무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입성 소식을 실무자들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수의 관계자는 “알리스포츠가 성과를 위해 아시안게임 종목 채택 소식을 독단적으로 발표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e스포츠를 장난처럼 보는 시선을 완전히 걷어내려면 격식을 갖춘 절차를 만들어야 하는데, 알리스포츠가 돈으로 밀어 붙여 이를 와해할 위기를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앞선 17일 알리스포츠는 OCA와 파트너십을 맺고 e스포츠를 2022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시범종목으로 e스포츠를 다룬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의 자격을 놓고 업계 관계자들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알리스포츠는 OCA와 파트너십을 맺었을 뿐 종목선정이나 세부 규정에 관한 결정권이 없다. 더구나 이번 파트너십은 알리스포츠-OCA 양측 회장이 회동 후 독단적으로 발표했다. 실질적인 업무 담당자들은 이번 발표를 보도가 나간 뒤에서야 알게 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국제e스포츠연맹(IeSF) 국제부 관계자는 “e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종목화를 위해선 스포츠적인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장운영계획(VOP)이나 국제심판 파견, 반도핑규정, 엔트리 레귤레이션 등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논의 없이 발표가 나와서 OCA나 IeSF 실무자들 모두 당황하고 있는 상황”고 전했다.
특별히 e스포츠는 어떤 게임을 종목으로 선택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국가별 게임실력 편차가 커 형평성 논란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파트너십이 중국기업에 의해 성사된 만큼, 중국 강세 게임이 종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자연스레 나온다. 이미 업계에서는 강력한 라이벌인 한국을 겨냥해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가 배제됐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IeSF 국제부 관계자는 “알리스포츠가 (OCA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과 별개로 종목 선정에 참여하는 건 어렵다”면서 “OCA의 e스포츠에 관한 공식 카운터파트는 IeSF”라고 못 박았다.
그는 “종목선정은 기본적으로 아시아 내 인기(Populous)와 대회 개최지의 수용가능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면서 “디테일을 짜고 있는 와중에 (특정 기업의) 발표가 나와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수 선발 계획도 아직 전무하다. e스포츠 프로선수는 아직 체육회에 정식 등록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제스포츠대회 종목화를 위해선 국가별 선수단 구성에 격식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IeSF 관계자는 “(아시안게임 종목화 관련) 자세한 내용은 5월 말 OCA와 공동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 업계 고위관계자는 “바둑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곧장 뒤안길로 사라졌다”면서 “요즘 스포츠계가 ‘쩐의 전쟁’이 됐다 해도 e스포츠가 바둑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호흡을 천천히 가져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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