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서 AI 발병 숨기는 이유는?

농가에서 AI 발병 숨기는 이유는?

기사승인 2017-06-10 05:00:00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재발한 지 일주일 만에 살처분 된 가금류 수가 18만 마리를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책임을 떠넘기는 정책 때문에 일선 농가에서 쉬쉬하다가 일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 재발 시점인 2일부터 이날 자정까지 전국 142개 농가에서 18만2000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닭이 18만 마리로 가장 많았으며 오리와 기타 가금류가 각각 1000마리 수준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골든타임 확보로 초기 진압을 자신했던 것과는 달리 근원지인 전북지역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울산, 제주 지역 등 전국에 걸쳐 계속 확산되는 추세다.

이날까지 근원지인 전북지역에서 AI 감염이 확인됐거나 간이 키트 검사로 양성 반응이 나온 농장은 총 27곳이다.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H5N8형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곳은 울산과 제주 3곳, 군산·익산·양산·파주·부산 각 1곳 등 모두 11곳이다. 간이 키트 검사로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대부분 확진 판정이 났던 앞선 사례에 비춰 사실상 27곳 농장이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AI 재발은 군산 종계농장과 거래해오던 중간유통상이 문제가 된 오골계 등을 시장에 유통하다 ‘교차오염’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루 전인 8일 임실과 군산, 익산 등 전북 지역에서 총 6건의 AI 의심사례를 확인한 농식품부는 해당 농가가 전북 수 개 전통시장에서 닭을 사들인 것을 확인했다.

일선 농가에서는 최악의 AI로 기록됐던 지난해 이후 입식이 재개되기도 전에 AI가 전국적인 확산추세를 띄는 이유를 정부부처의 현실적이지 못한 보상대책 때문으로 보고 있다.

책임을 떠넘기는 정책으로 AI 의심 사례가 발견되더라도 일부 농가에서 적극적인 신고 대신 우선 덮어두려 한다는 이유다.

현재 정부가 살처분 피해액을 100% 지원하는 경우는 ‘감연되지 않은 농가에서 예방적 살처분을 할 경우’ 뿐이다. 감염 음성 농가의 경우 방역상 문제가 없을 경우 피해액의 80%을 지급하고 신고지연을 비롯해 소독미실시·이동제한 미준수·명령불이행·역학조사 거부 등 방역상 문제가 있을 경우는 5%에서 최대 40%까지 보상금이 삭감된다.

농가 입장에서는 철저항 방역체계를 유지했다 하더라도 당장 AI 의심판정이 받을 경우 80%만을 지급받는다. 여기에 최근 2년 내 발생에 따라 20%씩 추가 감액된다. 2년 동안 AI가 3회 발생한 농가는 50%, 4회 발생 농가는 살처분 비용의 20%만을 보상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사육두수 비용과 매몰비용 뿐, 이후 재입식에 들어가는 비용과 해당 기간동안 출하하지 못하는 육계·계란 등에 대한 비용은 보전 받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매몰이 완료되고 재입식에 필요한 검사기간, 사육기간 등을 포함하면 정상적으로 닭이나 계란이 출하되기까지는 10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소모되는 사료비와 인건비 등은 농가의 몫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양계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 씨는 “터놓고 말해서 농가 입장에서는 AI 의심 사례가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신고하기보다는 우선 덮어두고 아무 일도 아니기를 기도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방법”이라면서 “사실상 천재지변에 가까운 AI 발병 책임을 농가에 묻고 보상을 삭감시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입식 비용을 일부 보전해주는 곳이 있지만 지자체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선 농가가 먼저 나서서 확산을 막고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kgn@kukinews.com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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