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윤민섭 기자]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은 유독 전력 양극화가 도드라진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1세트도 빼앗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25일 롱주 게이밍과 아프리카 프릭스의 경기를 끝으로 시즌 4주차가 마무리된 가운데 2대0 시리즈는 총 24번 나왔다. 총 40 경기가 치러졌으니 절반 이상이 2대0이었던 셈이다.
예년과 비교해도 특이한 수치다. 리그제가 도입된 2015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8팀이 리그를 꾸렸던 2015 스프링 시즌 4주차 당시 2대0 경기는 18번에 불과했다. 10팀 체제를 갖췄던 그해 서머 시즌 4주차엔 15번 있었다.
2016년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 4주차에는 각각 20번과 24번의 2대0 경기가 있었다. 저번 2017 스프링 시즌 4주차 당시에도 18번에 그쳤다.
이와 같은 전력 양극화는 미드 시즌 패치로 인한 메타 변화와 강팀의 전력 안정화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미드 시즌 패치로 ‘협곡의 전령’의 효과 등에 변화가 생겨 게임 내 스노우볼이 가속화됐다. 하위권팀들은 경기 초반 벌어진 성장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무너진다. 대규모 교전을 통한 반전도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시즌 8위, 올 시즌 9위를 기록하고 있는 bbq 올리버스는 지난 시즌 라인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경기 시작 후 15분 기준으로 상대방보다 1.1개의 CS를 덜 획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무려 9.6개의 CS를 덜 수급하고 있으며, 동 시간대 골드 수급 역시 줄어 지난 시즌보다 19골드를 더 내주고 있다.
두 시즌 내리 7위를 마크 중인 락스 타이거즈는 지난 시즌 15분까지 상대방보다 16골드를 더 수급했으나 올 시즌엔 무려 1295골드를 더 내주고 있다. CS 역시 지난 시즌 6.8개를 덜 얻었던 반면 현재는 16.4개를 덜 수급 중이다.
미드 시즌 패치가 가장 원망스러운 팀은 MVP다. 이들은 지난 시즌 라인전 단계에서 442골드를 덜 수급했음에도 불구, 뛰어난 대규모 교전 능력을 통해 승부를 뒤집곤 했다. 정규 시즌 5위로 포스트 시즌까지 진출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583골드를 덜 획득, 이후에도 판도를 뒤집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5월30일 열린 시즌 첫 경기 진에어전을 2대1로 승리한 뒤 모든 경기를 0대2로 패배해 10위에 자리하고 있다.
상위권팀들의 전력 안정화 또한 눈에 띈다. 소위 ‘3강’으로 불리는 SK텔레콤 T1, 삼성 갤럭시, kt 롤스터는 올 시즌 선발 명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는 지난 시즌 대형 스타들의 연쇄 이동과 대비된다. 당시 SKT는 ‘후니’ 허승훈과 ‘피넛’ 한왕호를 로스터에 추가했고 kt는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을 제외한 4인을 모두 새 얼굴로 바꿨다. 삼성 역시 ‘하루’ 강민승을 영입해 주전 정글러로 기용했다.
일종의 실험 단계를 거쳤던 지난 스프링 시즌과 달리 올 시즌에는 상위권팀들의 전력이 안정화되고, 경기력의 기복이 줄어 하위권팀 입장에선 반전을 꾀하기 어려워졌다. 7승을 거둔 3팀 중 SKT는 5경기를 2대0으로 이겼고, 삼성과 kt는 4경기를 2대0으로 잡았다.
이번 롤챔스는 상위권과 하위권이 극명하게 갈린다. 삼성·SKT·kt가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에버8 위너스·bbq·MVP는 나란히 1승7패를 기록해 ‘3약’으로 평가받는다. 아프리카 프릭스와 진에어 그린윙스(이상 4승4패)는 중위권으로 인정받는다.
또 롱주 게이밍(6승2패)은 포스트 시즌 진출권으로, 락스 타이거즈(2승6패)는 2라운드 반등을 노려볼 만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어 순위표가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다.
1라운드 완주를 목전에 둔 현재 각 팀의 스코어가 비슷해 세트 스코어 득실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공동 5위인 아프리카와 진에어의 경우 득실마저 같아 앞으로의 향방에 따라 포스트 시즌 진출 여부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하위권 역시 마찬가지다. 3팀이 1승7패를 기록한 가운데 8위 에버8과 9위 bbq의 세트 득실 차이는 단 1점에 불과하다. 1세트라도 더 따와야 승강전 직행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