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훈 조현우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관세완화 등 개정안이 현실화 될 경우 업계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3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는 우리 측에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따라 위원회 개최 이후 산업부 장관은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해야하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 보고해야한다.
이날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브리핑을 통해 “공동위원회에서 개정 추진에 합의할 경우 경제 타당성 검토와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이라는 인식 하에 개정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개시됐다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은 셈이지만 앞으로 양국의 협상여하에 따라 재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자동차와 철강 업계에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완성차업계는 한미FTA 발효 이후 한국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계속 늘었지만 지난해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실제 관세가 완전 철폐됐던 지난해 한국차의 미국 수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10.5% 떨어졌다. 미국차 수입은 지난 5년간 2012년 88%, 2013년 16%, 2014년 17%, 2015년 30%, 2016년 37% 등으로 매년 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FTA가 발효된 5년 동안 우리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한 건 오히려 줄었다"며 "반대로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수입한 건 많이 늘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 협상이 현실화된다면 부품업체들도 덩달아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한미 FTA가 관세완화나 관세철폐 등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될 경우 업계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이후 국내 시장에서 수입산 판매가 높아진 것이 현실”이라면서 “관세조정 등으로 수입제품이 국내 시장에 늘어날 경우 국내 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 이후 미국의 한국수입시장 점유율은 2011년 8.5%에서 지난해 10.6%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식물성 유지와 커피류 수입 증감률은 각각 80.4%와 84.8%로 크게 늘어났다. 쇠고기 46.1, 오렌지 42.4%, 과실류 21.9%, 농수축산물 11.6% 등도 증가했다.
국내 식음료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완제된 가공품들의 관세가 덩달아 줄어들 경우 더욱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과자의 경우 코코아, 유제품류, 유지류, 코코아 등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수입과자의 경우는 ‘제과류’ 제품으로 한 번의 관세만 적용되지만 원자재들은 각각 관세가 붙는다는 점이다.
이후 원자재들을 가공하고 포장 판매하는 과정을 거치는 국산과자의 경우 사실상 수입과자와 가격경쟁을 하기 어렵다. 이는 과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제조업체에 적용되는 상황이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이미 한미 FTA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많은 업체가 수입제품 소싱과 판매 비중을 늘린 만큼 추가적인 패널티가 생긴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다른 규제를 풀어줄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전자, 반도체 업계는 WTO(세계무역기구) ITA(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반도체·휴대폰·컴퓨터 관련부품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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