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인사들 가운데 커피를 좋아했던 인물들은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쿠바와 쿠바커피를 사랑했던 두 사람이 있다. 한명은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작가인 ‘헤밍웨이’이며, 또 한 명은 의사였지만 혁명가의 길을 걸어갔던 ‘체 게바라’이다.
쿠바커피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에 필적한다고 알려진 ‘크리스탈 마운틴’ 커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나라 커피에도 품질에 따라 여러 등급이 나눠져 있지만, 크리스탈 마운틴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크리스탈마운틴’이라는 이름은 이 커피가 생산되는 지역의 산맥이 마치 ‘크리스탈’ 처럼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것이다.
한동안 세계적으로 좋고 귀한 커피는 대부분 일본인들이 전량 수매해서 항공편으로 가져갔는데,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 대표적이고, ‘크리스탈마운틴’도 대부분 일본인들이 수입해서 소모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이 커피를 맛 볼 기회가 별로 없다.
일본인들의 커피사랑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이쯤에서 군함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극장가에서 ‘군함도’라는 영화가 개봉되어서 일제 강점기의 강제징용(强制徵用)문제가 새롭게 논(論)위에 떠올랐다. 이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이 겪은 가슴 아픈 역사가 분명하다. 나라 잃은 백성이 강제로 나라를 빼앗은 일본인들에 끌려가서 군함모양을 하고 있는 깊은 수직 갱도에서 겪은 고초에 대해서 어느 누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은 자신들이 과거에 저지른 추악한 범죄에 대하여 극구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종군위안부 문제와 더불어서 강제징용은 반인륜적인 범죄임에 분명하다.
사실 ‘군함도’ 문제는 일본인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신청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서 일절 함구하고, 단지 오래된 수직갱도로서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것은 파렴치한 일이다. 때문에 피해 당사자인 우리나라 국민들로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포함해서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그들의 행동은 역사에 교훈을 남기는 훌륭한 일이 되었겠지만 그렇지 않아 유감이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뜻대로 ‘군함도’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우리나라로서는 ‘종군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군함도’에서의 과거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그대로 소개하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야 하지만, 지금의 일본 아베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보인다. 종군 위안부 문제와 함께 군함도 문제는 한동안 한일 간의 관계를 냉각시키는 정치 문화적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쿠바의 커피역사는 18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티(Haïti)가 독립하자, 프랑스인 대농장주들이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아프리카 노예들과 함께 쿠바의 주변 섬들로 탈출했다. 그리고 노예들의 땀과 피와 눈물 위에 커피농장을 세웠다. 세월이 흘러 지난 2000년 ‘쿠바 남동부 최초 커피 재배지 고고 경관 (Archaeological Landscape of the First Coffee Plantations in the South-East of Cuba)’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시에라 마에스트라’ 지역 산악 계곡의 가파른 언덕에 있는 171개의 커피 재배 농장들은 커피를 말리는 계단식 건조마루와 아치형 송수로 등 19세기 전통 재배법을 보전하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는데, 이곳에는 커피와 관련된 모든 자료와 함께 과거 노예들을 착취했던 지주들과 노예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고 과거의 역사를 미화하거나, 저질렀던 악행을 숨기려고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보존해 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만약 변질이나 가공 된 것이라면 그것을 과연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커피는 변질되지 않을 때에 맛이 있고, 역사는 왜곡하지 않을 때에 가치가 있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