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두를 다투던 와인수입업체들이 시장축소와 저가와인 공세 등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잇따라 무너지는 ‘대격변’이 이어지고 있다.
◇ ‘1위’ 금양도 매각… 신음하는 업계 강자들
지난 13일 금양인터내셔날은 지난 6월 건설사 까뮤이앤씨의 관계사인 베이스에이치디와 태흥산업에 지분 79.34%를 매각했다. 매각된 지분에는 박재범 전 대표이사가 보유하고 있던 33%와 주요 주주의 지분 등 포함됐다.
건설업을 주 업으로 내세우는 까뮤씨앤씨지만 케이터링 업체인 후니드를 보유하고 있어 금양인터내셔널을 활용한 외식사업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매각의 가장 큰 원인은 유동자금 악화로 꼽히고 있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수년째 영업이익이 줄면서 까뮤이앤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양인터내셔날의 2010년 이후 매출은 500억원~700억원대를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2012년 31억원, 2013년 13억원, 2014년에는 9000만원까지 떨어졌었다. 2015년 12억원, 지난해 16억원으로 다소 회복했으나 반등에는 실패했다.
이는 대부분의 국내 와인수입업체가 겪고 있는 문제다. 신동와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억7155만원으로 전년 대비 70.14% 줄어들었다. 아영FBC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5억3685만원으로 2년째 10억원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업계 5위였던 길진인터내셔날도 계속된 수익성 악화로 지난 5월초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 채널·소비형태 변화 ‘직격탄’
전반적인 시장축소와 더불어 편의점·마트·백화점 등 다변화된 채널에서 판매하는 저가와인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편의점, 마트 등으로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노출이 잦은 제품에 소비가 집중되게 됐다”면서 “마트 납품을 통해 활로를 개척하려 해도 잦은 행사로 인해 이익률이 점차 낮아진 것이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와인시장 규모는 60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사실상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300여개가 넘는 수입업체들끼리 경쟁이 이어진데다가 수입맥주, 저가 주류 등 소비트렌드가 바뀌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관세청 품목별 수출입통관현황 등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3만7383톤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했다. 반대로 수입액 증가량은 2014년 7%, 2015년 4.18%에서 지난해 0.85%로 증가폭이 주저앉았다.
여기에 수입맥주 등 타 주종으로 소비자 구매가 몰리면서 올해 처음으로 맥주에 수입주류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다.
◇ ‘자체 채널 보유’ 승승장구
이에 반해 국내 유통업체들은 자사가 보유한 채널을 기반으로 1만원대 이하 저가와인을 통한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L&B는 지난해 매출 약 517억원과 영업이익 6억70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1%씩 성장했다. 2008년 설립된 신세계L&B는 이마트·신세계백화점·신세계조선호텔 등 계열사 채널에 와인을 안정적으로 납품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2009년 52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연평균 45%씩 성장하며 2015년 기준 426억원을 달성했다.
또 이마트 자체 브랜드 G7은 6900원 출시 이후 8개월만에 50만병이 팔리며 7년간 511만병 누적판매를 달성했다.
롯데주류 와인사업부 역시 롯데마트 등 안전한 유통망에 힘입어 지난해 6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수입와인의 경우 해외에서 병입까지 마치고 들어오다 보니 원가절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거의 없다”면서 “채널 다변화로 직접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보다 편의점·마트·백화점 등으로 납품해야하는데 매대가 한정되다보니 수입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