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중에서 가장 외로운 계절은 언제일까?
사람마다 대답은 다르겠지만, 아마도 낙엽이 지는 가을이 아닐까 싶다.
가을에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까닭은 시각과 청각, 그리고 피부로 느끼는 변화 때문일 것이다.
가을에는 봄부터 여름 내내 푸르렀던 나뭇 잎들이 모두 색이 변하고, 땅으로 추락한다.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에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자기의 남은 날을 새던 가난한 화가 '존시'처럼 떨어지는 잎새는 사람을 한 없이 외롭게 만든다.
가을에만 들을 수 있는 소리도 역시 외로움을 자극한다.
1892년 레미 드구루몽시 시에 보면 이런 싯귀가 있다.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밟는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고요하게 하며 오래 된 낙엽이 불에 타는 소리도 감성에 불을 붙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다. 태어날 때는 많은 사람의 축복속에 태어나도 죽을 때는 혼자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로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론 외로움은 평범한 사람도 시인이 되게 할만큼 감정을 풍부하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로움이 오래되면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시인 정지원은 자신의 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 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 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그대,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 본적이 있는가?
그런 외로움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면 아직 인생을 진정 안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시인 이해인 수녀의 글모음에 보면 다음과 같은 시가 있다.
[어느날의 커피]
"어느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말도 할수 없고
가슴이 터질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시인은 평생, 수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속의 관계를 제한하는 것이 수도사의 삶이고 보니 필연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다.
신과 함께 하는 삶이라고 외롭지 않을까? 신과 함께 하기 위해 스스로 외로움의 길을 선택한 것이 수녀의 삶이다. 오롯이 성직자의 길을 걸어가도 외로움은 피하기 어렵다.
외로움이란 인간들이 운명적으로 같이가야만 하는 운명같은 것이다. 떼려야 떼어지지 않는다.
젊었을 때에는 친구도 많고 가족도 살가워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나눠도 그리 흠이 되지 않고 즐겁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대화상대가 줄어드는 것이 인생이다.
시인도 그런 외로움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독한 외로움에 도움이 되는 음료가 있다. 그것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이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있으면 커피 잔의 온기가 손을 따뜻하게 덥혀준다. 더불어, 추워지는 날씨에 서늘해지는 마음의 온도도 올려준다.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의 아로마, 기분좋은 향기는 후각세포를 통해 뇌에 행복감을 전해준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래도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고 토닥여 주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도 커피가 외로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카페인의 효능이 외로움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카폐인은 우리 몸에 세로토닌(Serotonin)의 양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행복한 감정에 관여하는신경전달 물질이다. 세로토닌이 적게 나오면 우울증이 생기고,너무 많으면 조증이 생긴다. 따라서 커피가 세로토닌의 증가에 기여 한다면 마음이 외롭고 울적 할 때 커피 한 잔은 아주 괜찮은 치료약이될 수도 있다.
이 가을 그대 외로우신가?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을 권해드린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