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신용등급 하향 등 삼중고로 위기에 직면했다. 핵심 계열사 현대차는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고 하반기와 내년 초의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꼬여버렸다.
또한 건설 계열사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도 해외사업 부진 등으로 실적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새로운 사령탑(박동욱 대표이사)으로 재정비했으나 전임 사장(정수현 前 대표이사) 시절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도 상반기까지 실적 부진과 함께 노사 간 마찰 등 내부 갈등으로 소란스런 상황이다.
현대차 주력 계열사의 부진에도 최대주주이자 등기이사인 정몽구, 정의선 두 부자의 급여는 상반기 기준 전년 보다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 고꾸라진 실적·주가
현대차그룹 주력 계열사 대부분이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에 늪에 빠졌다. 특히 현대차(현대자동차)는 3분기 어닝쇼크에 이어 하반기 및 내년도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목표주가도 하향 조정된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주가는 11월 2일(종가기준) 11만원으로 3개월 전(12만5000원) 대비 12% 감소했다. 이어 현대모비스(-15.65%), 현대글로비스(-11.87%), 기아차(-4.83%)도 하락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실적도 주가 흐름처럼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자동차 주력 계열사 중 실적이 전년 대비 증가한 기업은 현대글로비스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76.0% 감소한 28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67.4% 감소한 3060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차의 경우 영업이익에서 전년 대비 흑자전환(3분기 1173억원)으로 돌아섰지만 실적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3분기 통상임금 패소 관련 대손충당금을 약 1조원 반영하면서 실적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도 3분기 매출 8조4273억원, 영업이익 4622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15.1%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자동차 부문 주력 계열사의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고 평가한다. 실제 증권사는 세 회사 모두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증권사가 제시한 현대차 목표주가는 현재 14만7143원으로 3개월 전(16만9391원) 대비 13.13% 하락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도 3개월 전 대비 각각 2.84%, 6.75% 떨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 신용평가기관도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상태다. S&P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A-)을 ‘BBB+’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무디스 역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자동차주력 계열사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오너일가의 급여는 오히려 늘어난 상태다. 현대차의 개인최대주주이자 등기이사인 정몽구 회장(5.33%), 정의선(2.35%)의 상반기 급여는 각각 28억3600만원, 8억3900만원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 23.84%, 43.10% 증가했다. 지난 2017년 두 사람의 반기 급여는 22억9000만원, 6억2400만원이었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에서 등기이사로 활동하면서 상반기 21억2700만원으로 전년(17억1500만원) 대비 약 4억원 늘어났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이번 3분기 뿐만 아니라 상반기 누적 실적도 전년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 건설 주력 계열사도 불안…실적 및 노사 갈등 등으로 ‘전전긍긍’
현대차그룹 건설 계열사도 해외사업 손실과 내부 갈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 주력 자동차 계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건설은 3분기 매출 4조4250억원으로 전년 분기(4조2431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379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2810억원) 대비 15.33% 감소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6773억원으로 전년 동기(7915억원) 보다 14.4% 줄었다.
주가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건설은 남북경협주라는 호재로 일시적인 주가 반등이 있었지만 곧 주저앉은 상태다. 현대건설의 2일 주가는 4만9400원으로 3개월 전(5만8500원) 대비 15.55%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부진은 해외사업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한다. 하나금융투자 채상욱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실적 흐름은 국내매출이 증가하는 반면 해외매출은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해외 대형현장인 ‘UAE 해상원유처리시설’, ‘코즈웨이 해상교량’ 등 공정완료에 의한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건설이 종속기업이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개인 최대 지분(11.72%)을 갖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실적 보다는 노사 갈등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전국건설기업노조 현대엔지니어링 지부는 사측과 단체협약에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은 대리직급 이하로 노조 범위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현대엔지니어링 노조는 “대리 이하 비율은 전체 50%다. 그중 인사, 회계, 노무 담당을 제외하면 전체 고용 노동자의 50%를 못 미치고 결국 지부는 과반수 이상 노조 지위를 확보하기 불가능해진다”며 “이는 지부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사측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 노사 갈등은 본질적으로 회사의 최대주주 정의선 부회장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정 부회장이 회사의 지배력을 가진 만큼 향후 승계 등을 미뤄볼 때 노동조합의 세력화는 달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노조와 계속 협상을 진행 중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비상장 기업으로 장외주식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달 현대엔지니어링은 주가는 이달 1일 기준 74만5000원으로 지난 5월 23일(96만5000원) 대비 22.79% 떨어진 상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