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랭해진 주택경기와 해외수주 사업의 고전으로 건설업종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호재로 대북 경협 혹은 건설주가 주목받았지만 다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의 경우 부진한 실적만큼이나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남북경협 수혜주로 부상하며 주가가 고공행진했으나 ‘대북경협’ 이슈가 수그러들면서 또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호재로 불리었던 한전부지 공사도 지연되고 있고, 해외건설 공사 지연(쿠웨이트)과 공사 해지(이란)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상태다.
◇ 건설주, 대북경협 수혜 거품 빠지니 하향세…현대·HDC↓
올해 상반기 남북 경협 수혜주로 주목받던 ‘건설주’가 최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시공능력 평가 10대 상장 건설사들은 모두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 하락세가 가장 컸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주사 전환(기업 분할 후 재상장) 이후 유상증자 등의 이슈로 주가가 추락했다.
현대건설은 남북경협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상반기 주가가 상승했으나 대북 모멘텀이 수그러들자 하향 곡선으로 이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11월 6일 종가기준)는 4만2400원으로 3개월 전(5만8100원) 대비 27.02% 하락했다.
현대건설은 남북경협 수혜주로 거론되면서 지난 6월 초(6월 4일 종가기준) 7만2240원까지 치솟았으나 대북경협 이슈가 잠잠해지면서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대건설의 이달 6일(종가기준) 주가는 4만9450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13.39% 떨어졌다.
이밖에 대우건설(-13.11%), 삼성물산(-9.87%), GS건설(-6.84%)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대림산업은 10대 상장사 중에서 주가 흐름이 가장 양호했다.
◇ 현대건설, 뚜렷한 실적 부진…해외사업 고전 등 악재 ‘전전긍긍’
올해 3분기 국내 상장 건설사(시공능력 10대 기준)는 여러 악재(정부 규제 및 해외사업 둔화)에도 불구하고 실적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 빅5’에 속하는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은 3분기 실적(영업이익 기준)이 지난해 같은 분기 보다 증가했다. 특히 GS건설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 233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711억원) 보다 228.97% 늘어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건설의 경우 빅5 건설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의 3분기 영업이익은 2379억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2810억원) 대비 15.33% 감소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6773억원으로 전년 동기(7915억원) 보다 14.4% 줄었다.
현대건설의 부진은 해외사업의 고전 때문인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김기룡 연구원은 “올해 안에 준공 목표인 UAE 사브 해상원유시설(도급금액 2조3000억원) 추가원가 500억원이 반영(매출 차감 수반)되며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다”라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해외 수주 전망은 낙관적이지 만은 않다. 키움증권 라진성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하반기 해외 수주를 기대만큼 따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25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유정물 공급시설은 수주 가능성이 높지만 기대했던 사우디 킹살만 조선소(15억달러)는 모두 중국 업체가 최저가 입찰한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 2015년 10월 계약한 쿠웨이트 해외사업은 공사 진행이 더딘 상태다. 내년 7월 공사기간(준공시점)이지만 현재 진행률은 절반(56%, 올해 상반기 기준)에 그쳤다.
최근 현대건설은 이란 아흐다프와 체결한 대규모 공사계약(5946억6841만원)이 해지되는 등의 악재까지 맞았다.
게다가 ‘호재’로 여겨진 삼성동 한전부지 건설 사업도 지연된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연내 착공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전부지 사업 지연은 국토부(김현미)와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의 엇박자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 과열을 막으려는 정부부처간 입장 차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추측이다. 초고층 건물(105층)이 비행에 미치는 영향 등을 거론한 국방부와 봉은사 일조권 침해 등도 한전부지 공사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전부지 공사 지연으로 인해 기회비용을 날려버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한전부지 매입 대신 R&D투자, 건설한 기업 인수 등이 나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전부지 관련 사업은 당분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에 건설할 계획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폭스바겐의 아우토슈타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감정가(3조3346억원)보다 3배(10조5500억원)가 높은 가격에 한국전력 본사부지를 매입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김기식 전 의원(당시 새정치민주당연합)은 “정몽구 회장의 집착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결정이야말로 황제경영의 문제점을 다시한번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혹평한 바 있다.
현대건설 박원철 홍보팀장은 이같은 실적부진과 관련해“해외 공사 현장이 준공되면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