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단순히 특정 계열사를 넘어 ‘나비효과’처럼 삼성 전체로 전이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정황을 담고 있는 추가 문건이 발표되면서 논란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번 문건 공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려 당시 모기업이었던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설득력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비율은 0.35대 1였다. 자산가치가 3배 이상 큰 삼성물산이 합병 비율에서 저평가받은 것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이 삼성물산 합병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최종 결론이 나면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도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논란으로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합병 전)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와 관련된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 제5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삼성 내부문서를 통해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이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치밀한 계획 아래 자행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즉 “이는 곧 통합삼성물산의 회계처리가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사실과 다르게 분식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삼성 내부문서에 따르면 삼성 측은 자체평가액(3조원)과 시장평가액(8조원) 이상 괴리에 따른 합병비율의 적적성과 주가하락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은 “삼정회계와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보고서는 삼성(삼성바이오 재경팀)이 의뢰해서 국민연금에 직접 제출한 것”이라며 “삼성은 이미 보고서에 나오는 수치가 자체평가액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수치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뻥튀기자료를 국민연금에 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5년 5월 안진·삼정회계법인은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한 ‘제일모직에 대한 가치평가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증권사’ 보고서 토대로 평균을 냈다고 한다. 굴지의 회계법인이 증권사 리포트에 의존했다는 것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당시 키움증권을 제외하고 다수의 증권사들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를 반영하지 않았다.
게다가 문건에 내용 중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의문점이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에 따라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알고 종속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변경했다는 것이 문건 내용의 핵심 사안이다.
박 의원은 “공개된 문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저평가할 경우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와 불일치하므로 사후대응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라며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문건 공개로 인해 합병 비율에 따른 논란은 재점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0.35대 1)은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제일모직이 자산, 매출 등에서 3배나 큰 삼성물산을 35% 지분으로 합병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당시 합병은 자본시장법을 통해 주가를 근거로 합병했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 문건이 공개되면서 당시 합병 비율에 따른 적정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용진 의원은 “삼성의 내부문서를 통해 드러난 것은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 주가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한 것”이라며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삼성의 제약바이오 계열사에서 발생한 특정 사안이 아닌 삼성물산 합병 및 이재용 승계까지 이어진 대형 이슈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 사안이 사실로 결론 날 경우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금융위원회) 책임론까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사태를 지켜보겠지만 분식회계 혐의에 따른 공방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그리고 회계법인, 거래소, 금융위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이어서다.
아직 삼성 측은 아직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도 “공개된 문건과 관련해 삼성이 아직 어떤 해명이나 반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증선위 등 금융당국의 입장이 나오기까지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