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질환 관련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행 2년차를 바라보는 정신건강복지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신질환 환자의 입원은 까다롭게, 퇴원은 쉽게 개정한 법안으로 인해 치료가 완료되지 않은 채 병원 문을 나서는 환자가 늘고, 이로 인한 범죄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7년 5월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르면 정신질환 환자가 의료기관에 2주 이상 입원하려면 본인과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의 동의와 2차 의사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1개월 이내 입원적합성심사를 거쳐야 하고, 계속 입원을 위해서는 3개월, 6개월 간격으로 정신건강심사위원회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정신질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입원치료가 안 돼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이렇게 병원 밖으로 나온 정신질환자의 정신건강을 돌볼 지역사회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결국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에 대한 가정과 사회의 부담은 커지고, 환자들은 치료기회를 잃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정신질환자 보호자, 의료계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알코올중독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남편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입원 3개월 후 퇴원시킨 보호자 박화연씨(54,가명)는 “남편이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퇴원시키려니 안타깝다. 다시 술을 마시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까봐 두렵다”고 토로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씨와 같은 정신질환자 보호자들의 호소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알코올중독 환자인 시아버지를 돌보는 며느리 A씨는 “10년 넘게 알코올중독과 조울증을 앓은 시아버지가 병원 퇴원 후 이상 행동을 반복해 장기입원신청을 했지만 탈락했다”며 “환자가 약을 먹고 얌전해진 모습으로 (장기입원을)판단할 것이 아니라 퇴원 후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아닌가. 가족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나체로 달려들기도 해 온 가족이 고통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현병 환자 가족이라고 밝힌 또 다른 청원자 B씨도 “가족도 분간 못하는 조현병 환자인데도 환자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입원이 안 되더라”며 “결국 그대로 지내다가 가족들이 일하는 사이 심한 환청으로 혼자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허리뼈 3개 골절되고 다리뼈 골절돼서야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이 됐다. 대체 누구를 위한 인권이냐”며 되물었다.
의료계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이후 꾸준히 허점을 지적, 재개정을 촉구해왔다. 과한 규제 조항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행한 ‘인권존중과 탈수용화를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보고서는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의 불균형적인 규제는 보호입원과 그남용은 줄일지 모르나 그 대신 자의입원, 특히 동의입원이 증가하여 오히려 실질적인 치료와 인권보장 모두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며 정신건강복지법의 재개정 조항으로 ▲독립적 심사절차 도입 ▲보호의무자 제도와 입원적합성 심사 폐지 ▲의료인 2인 진단 규정 폐기 등을 제안했다.
이동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환자가 원치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개정 법안에서는 ‘자·타해 위험과 기능장애가 동시에 있는' 환자만 타의입원이 가능하게 돼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조항이다. 비자의 입원이 과도하게 제한되다보니 꼭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의학회는 필요한 입원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함과 동시에 명확한 적용을 위해서 사법입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환자의 인권 보장을 위해 도입한 법인만큼 법 재개정 이후 순회 판사들이 직접 병원에 방문해 입원한 환자의 적정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에 대한 의혹도 해소하고, 환자의 치료도 제한없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