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 ‘왕이 된 남자’ 이제 정통 사극도 잘하는 tvN

[첫방] ‘왕이 된 남자’ 이제 정통 사극도 잘하는 tvN

‘왕이 된 남자’ 이제 정통 사극도 잘하는 tvN

기사승인 2019-01-08 11:19:43


이렇게 진지한 사극이라니. 지난 7일 첫 방송된 tvN 새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첫 방송부터 작품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원작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무거운 톤을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갔다. 주로 참신한 시도를 많이 했던 기존 tvN 드라마와 다른 노선의 작품이다.

‘왕이 된 남자’는 얼굴이 똑같이 생긴 왕과 광대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임금의 자리에 오른 이헌(여진구)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한다. 실제로 궁에는 역모를 꾀하는 자들이 많다. 자객들이 한밤 중 그의 침소를 습격하기도 한다. 이를 지켜보던 도승지 이규(김상경)는 우연히 광대놀이를 보다가 왕과 똑같이 생긴 하선(여진구)을 발견한다. 이규는 왕의 불안을 덜기 위한 방책으로 하선에게 대역을 시킬 것을 제안한다.

‘왕이 된 남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모티브로 하는 드라마다. 제목부터 첫 회 내용, 주인공의 이름과 인물들의 관계까지 영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CJ ENM으로 이적한 MBC ‘돈꽃’의 김희원 PD는 영화를 모티브로 했을 뿐 다른 점이 많다고 설명한다. 신하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왕의 역할을 맡게 된 영화의 설정과 달리, 드라마에선 의지를 갖고 좋은 왕이 되려한다는 얘기다. 그의 말처럼 ‘왕이 된 남자’ 첫 회는 영화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장면, 다른 설정들이 등장했다. 어느 해에 일어난 일인지도 표기되지 않았고, 인물들의 이름도 조금씩 달라졌다. 한양으로 오게 되는 광대패의 스토리는 연산군 시대를 다룬 영화 ‘왕의 남자’를 떠올리게 했다.


‘왕이 된 남자’는 그동안 tvN에서 볼 수 없었던 진지한 분위기의 정통 사극이다. 첫 회부터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왕이 된 이헌의 고민과 불안함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왕위에 오른 직후부터 피 튀기는 치열한 정치 싸움이 전개된다. 원작에선 피치 못할 사정으로 광대 하선에게 왕의 역할을 시켜야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광대를 내세워야 하는 이유를 차곡차곡 만들어갔다. 광대 하선이 나오는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시청자들이 첫 회에서 숨 쉴 공간은 거의 없다. '백일의 낭군님', '삼총사' 외 사극이 많지 않았던 tvN의 새로운 도전이다.

많은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재미를 언급하기보다 배우 여진구를 극찬하기 바빴다. 원작 영화에선 배우 이병헌이 맡은 역할이다. 이병헌 덕분에 영화의 매력이 살아났다는 분석도 많았다. ‘왕이 된 남자’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1인 2역을 맡은 여진구가 뛰어 놀 수 있는 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진구와 여진구가 마주한 마지막 10분이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익숙한 이야기는 ‘왕이 된 남자’의 약점이다. 원작 영화는 1200만명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7년의 공백이 있지만 어떤 이야기인지 아는 시청자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리메이크해야 했던 이유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렸다. 첫 회는 아는 이야기와 달라진 이야기가 절반씩 섞인 느낌이었다. 최근 드물었던 정통 사극에 대한 수요도 시청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시청자들이 tvN 드라마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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