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선언했다. 이미 선진국들은 일찍이 수소전기차의 친환경성과 안전성에 주목하며 수소전기차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40년까지 연간 43조원의 부가가치, 42만개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국가들은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정부 주도로 민·관 협력을 통해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생산·운송·소비 등의 밸류체인 구축 및 수송·발전용 산업 전반에 걸쳐 법·제도 정비, 인프라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을 적극 추진 중이다.
◇ 日, 잦은 지진·쓰나미에도 가정용 수소연료전지 보급 매진
일본은 주택과 아파트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발전하고 있으며, 전 가구 10%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가정용 연료전지인 ‘에너팜(Ene-farm)’이 약 25만대 설치돼 있으며, 일본 정부는 2020년 누적보급 140만대, 2030년 530만대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일본 전체 가정 중 10%가 연료전지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09년부터 보급이 시작된 에네팜은 외부에서 공급받은 도시가스, LP가스 등으로부터 수소를 추출, 공기 중 산소와 반응 시켜 전기와 온수를 만들어내는 수소연료전지다.
일본 정부는 충전소 설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6년 간사이국제공항 내 수소충전소를 구축했으며, 2018년 오사카국제공항에 수소충전소 건설 착공을 밝힌 바 있다.
오사카국제공항에 있는 수소충전소의 충전 압력은 82MPa(820bar)로 간사이국제공항 내 수소충전소와 동일한 시간당 6대의 수소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또한 일본 나고야 지역의 관문인 주부(中部)국제공항에도 지게차용 수소충전소가 설치됐다.
일본은 현재 5대 수준인 도쿄 내 5대의 수소전기버스를 내년까지 100대로 늘릴 예정이다. 오는 10월 완공 예정인 ‘후쿠시마 수소에너지 연구 필드(FH2R)’에서 생산한 수소를 올림픽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 中 '수소차 굴기'…정부 '총력전', 기업 '물량전'
중국은 2016년 말 정부 차원의 수소전기차 보급 로드맵을 확정한 뒤 어느 나라 보다 차량 개발 및 상용화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7년 4월에는 중국 국가 발전 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이 공동으로 수소 에너지 및 연료 전지 기술 등 15개 신에너지 기술 혁명을 위한 행동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산업 혁신연합’ 출범식에서 중국 산업·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먀오웨이 공업정보화부 부장(장관)이 이른바 ‘수소차 굴기’를 선언한 바 있다. 중국은 수소전기차와 충전소를 오는 2020년 5000대·100기 이상, 2025년 5만대·300기 이상, 2030년까지 100만대·1000기 이상 누적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범 도시 운영과 연구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1단계로 상용차 위주로 시장을 키워 산업 자체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2단계로 2020년 이후 승용차까지 보급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중국에서는 베이치푸톈을 비롯해 둥펑자동차, 난징진롱, 장쑤아오신 등 국유기업과 정저우위퉁, 포산페이츠, 진화칭니엔 등 민영기업까지 수소전기 버스 또는 트럭 등을 만들고 있다.
승용차에서도 상하이자동차, 치루이자동차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상하이자동차는 지난 2008년부터 프로토타입 1세대를 시작으로 이미 4세대 모델을 보유할 정도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한 ‘롱웨이 950’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00km 수준이다. 치루이자동차는 지난해 3월 항속거리 350㎞의 ‘Arrizo 3’를 선보인 바 있다.
중국 업체의 경우 연료전지모터 성능과 출력밀도, 내구성, 에너지 효율 등에서는 아직 한국, 일본와 비교할 때 열세지만, 최근 캐나다 수소전기 업체 발라드 등 글로벌 기업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보조금의 경우에도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른 신에너지차는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지만 수소전기차는 오는 2020년까지 보조금을 유지키로 했다. 승용차는 20만 위안, 버스 및 화물차는 30만~50만 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충전소의 경우에도 중국 정부가 구축비용의 60%를 지원하고, 중요 사회간접자본으로서 전문 관리 부서까지 운영하는 등 보급을 독려하고 있다.
수소전기차 시범 프로젝트는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해 현재 3기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정저우, 포산, 옌청 등 5개 도시에서 총 116대 이상의 수소전기차를 시범 운행 중이다.
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도 허베이성 장지아커우시는 승용 수소전기차를 제작해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활용할 예정이며, 상하이시는 오는 2020년까지 최소 3000대 이상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밖에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중심으로 수소 관련 정책을 주도하고 있으며, 유럽도 풍부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들이 수소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수소차의 친환경성과 안전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며 "선진국들이 이미 기술·시장을 선점한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