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이 지난해 무산됐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책임 경영'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과 미래 기술 분야 등에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투자와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의 초석을 다진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중장기 경영 전략 및 중점 재무 전략을 공개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경쟁력과 수익성을 조기에 회복해 주주가치 제고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미래 투자 계획과 수익성 목표를 제시했다.
◇ R&D·미래 기술 분야 등에 향후 5년간 총 45조3000억 투자
현대차는 ▲연구·개발(R&D)과 경상 투자 등에 약 30조6000억원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약 14조7000억원 등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제품 경쟁력 및 설비 투자 확대를 통해 지속 성장의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미래차 관련 핵심기술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도약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가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집행할 총 투자액을 해당 기간으로 나누면 연 평균 약 9조원에 달한다. 과거 5개년 연 평균 투자액이 약 5조7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58%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우선 현대차는 연구·개발(R&D)과 경상 투자(약 30조6000억원) 관련 ▲신차 등 상품경쟁력 확보에 20조3000억원 ▲시설 장비 유지보수와 노후 생산설비 개선 등 경상투자에 10조3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또한 미래 기술 투자(약 14조7000억원) 관련 ▲차량 공유 등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에 6조4000억원 ▲차량 전동화 분야에 3조3000억원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기술에 2조5000억원 ▲선행 개발 및 전반적 R&D 지원 사업에 2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전동화 시장에서는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에 대한 기술 우위를 강화해 세계 시장 선도를 지속한다.
오는 2020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를 통해 상품성과 효율성을 비롯, 전기차 시스템 응용 기반의 혁신성을 제고한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자하고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 대중화를 선도하고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사회를 주도한다.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등 미래 스마트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대차는 이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는 2022년 기준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 7% ▲ROE 9% 수준 달성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수익성 목표를 제시했다. ROE는 투입한 자기자본이 얼마만큼의 이익을 나타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ROE가 9%면 100억원의 자본을 투자해 9억원의 이익을 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시장친화적 주주환원도 지속 실시한다. 현대차는 지난 2014년말 주주환원 확대 추진 발표 이후 발행주식 1% 수준의 자사주를 매입했고, 2013년 주당 1900원 수준이었던 배당금을 2015년 4000원까지 올렸다.
◇ 주요 계열사 책임 경영 체제 완성
이 뿐만 아니라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 전면에 나선다. 현대차·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정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을 다음 달 22일 주총에 올린 뒤, 직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현대차는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책임경영 차원"이라며 "정 수석부회장이 평소 주주, 투자자,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해온 만큼 주주권익 보호와 성장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선순환 구조 형성이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거의 모든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 책임 경영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개최하고 신규 사외이사에 분야별 글로벌 전문가 이사진 3명을 추천했다. 사외이사 후보로는 금융 전문가인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투자 전문가 유진 오 전(前)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거버넌스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가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됐다.
아울러 현대차 이사회는 사내이사에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을 신규로 선임하고, 정 수석부회장과 이원희 사장의 재선임 등 사내이사 3인에 대한 선임도 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안건은 내달 주총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현대차는 이사회가 기존 9명(사외이사 5명, 사내이사 4명)에서 총 11명(사외이사 6명, 사내이사 5명)으로 확대되고 세계적 권위의 전문가들이 합류함에 따라 이사회의 위상과 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다양성과 독립성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사외에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주주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제고 가치 향상과 주주와의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차 는 지난달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예비 후보를 추천 받고 '외부평가 자문단'의 자문을 거쳐 윤치원 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앞으로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는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 창구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 전략 및 중장기 투자 계획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중장기 수익성 목표와 자본배분 정책 방향도 적극적으로 주주 및 시장과 공유할 것"이라며 "주주가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