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빅뱅 승리의 태도는 분명했습니다. 무조건적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움츠러들지 않았습니다. 사과는 하되 당당한 태도였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죄인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통해 자신이 결백하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클럽 버닝썬 논란의 주인공 승리는 지난 27일 오후 9시쯤 서울 사직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날 오전 승리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해당 수사기관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정확히 12시간 만이었죠.
경찰청 포토라인에 선 승리는 시선을 반쯤 아래로 두고 “수많은 논란과 의혹으로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하루빨리 이 모든 의혹들이 진상규명 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준비된 멘트가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가장 최근 불거진 클럽 성 접대 논란 얘기가 나오자 승리는 대답을 피했습니다. 대신 빠르게 건물 안으로 이동했죠. 하지만 이동 중 나온 모발 검사 질문에는 “예. 할 겁니다”라고 분명하게 답했습니다.
조사는 약 8시간30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밤샘 조사를 마치고 나온 승리의 태도는 이전과 똑같았습니다. 승리는 “저와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마약과 같은 부분은 마약 수사대에서 원하는 모든 조치에 임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각종 논란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화가 나 계시는 걸 알고 있다. 모든 의혹이 하루빨리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조사받겠다. 언제든지 다시 불러주시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공언했죠.
하지만 승리는 “버닝썬 실소유주 의혹 및 성매매 알선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갔습니다. 조사 전에 보여준 태도와 똑같았죠.
승리가 유독 모발, 소변 검사에 자신감을 보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28일 승리의 법률대리인 측은 “경찰에 따르면 1차 조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다”며 “모발 검사에서는 2~3년 전 기록까지 나온다. 국과수에 넘거졌으니 1~2주 뒤 결과가 나온다. 경찰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승리의 태도만 보면 언뜻 정말 결백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승리의 경찰 조사 이후에도 여전히 버닝썬과 관련된 논란과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8일에도 YG엔터테인먼트에서 파쇄차를 불러 각종 문서와 기기들을 실어날랐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스포츠경향은 경찰 조사 기간 중 클럽에서 난동을 부린 이문호 버닝썬 대표의 사건을 보도했고, 디스패치는 승리가 2017년 룸살롱 여성들을 자신의 팔라완 생일파티에 동원했다는 사실을 폭로했죠. 소속사에서 하나씩 대응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입니다.
의혹만으로 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아세워선 안 됩니다.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비난하는 것이 맞는 일이겠죠. 하지만 승리가 왜 벌써부터 많은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들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진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아무것도 몰랐다는 태도로는 해명이 부족한 것이죠. 승리가 이날 보여준 당당한 태도가 그가 주장하는 진실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쇼’였는지는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밝혀질 일입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