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의료취약지 중심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스마트 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어 의료계와의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12일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정부가 내세운 원격의료, 일명 스마트 진료를 비판했다. 오진의 위험이나 환자 정보 유출이 대표적 반대 이유다.
앞서 전날 정부는 '2019년 보건복지부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기존의 원격의료 명칭을 '스마트 진료'로 바꾸고 의료취약지 중심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병의협은 “원격진료는 환자를 직접 보면서하는 시진·청진·촉진·타진 등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진단이 잘못되거나 늦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환자 정보의 무분별한 유출, 시스템 해킹 등으로 인해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이 항상 있다는 점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제도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사협회와 시도의사회에 “원격진료 도입의 도구이자 지불제도 개편의 단계임이 드러났다”며 시범사업 참여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웨어러블 기기 등 스마트기기의 활용이 늘면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입장과 효율성·편의성을 중시하는 정부, 환자의 입장은 점차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의료와 스마트 기술 접목에 호의적이다.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김미영 회장은 “만성질환과 같이 환자의 정보를 꾸준히 기록하며 관리하는 질환의 경우 원격모니터링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아이의 경우도 연속혈당측정기와 스마트워치,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5분에 한 번씩 혈당 정보를 가족에게 전송되게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의료진이 원격모니터링을 통해 도움을 준다면 건강관리나 2차 부상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소아당뇨병을 앓는 아들을 위해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관리가 가능한 자동연속혈당측정기를 해외에서 직접 들여와 사용하다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제조 혐의로 고발됐었다. 당시 환자들의 절실함과 규제 간의 충돌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1형 당뇨환자의 자동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허가하고, 건강보험 급여화한 바 있다.
그는 "기존에 하루 네 번 이상 환자가 직접 혈당재서 수첩에 적어 병원가는 날 의료진에게 보여줘야 했던 것을 이제 기계로 5분에 한 번씩 측정한 데이터를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다. 그런데 규제로 인해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지속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내 원격의료는 2000년 첫 시범사업이 실시된 이래로 20년째 시범사업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일부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의사와 환자 간 직접 진료가 아닌 보건진료소 보건진료원(간호사)의 도움을 받는 진료협진에 그친다. 정부는 이 '원격협진'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9 업무계획 발표 자리에서 "원격의료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어 '스마트진료'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됐다. 원격의료를 현행법 범위 내에서만 추진하겠다는 의미"라며 "스마트진료는 일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원격진료를 활용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원격의료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시각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해외의 경우 이미 활발하게 접목하고 있다. 일본도 온라인진료가 수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편의성, 그리고 제반산업의 발전을 고려하면 이제 외면할 수 없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달된 기술을 활용하면 의료취약지 등 의사를 대면하기 곤란한 환자들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등 환자들에게 이점이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법에 가로막혀 접목이 늦춰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선 예외적인 상황부터 허용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할것 "이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