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면역항암제 급여 확대'... 한국과 대만 의료진은 어떻게 볼까?

'대만, 면역항암제 급여 확대'... 한국과 대만 의료진은 어떻게 볼까?

대만, 4월부터 면역항암제 전 적응증에 대한 급여 적용...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등 주요 암 포함

기사승인 2019-04-04 04:00:00

대만 정부가 이달부터 면역항암제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대폭 확대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포함한 3개 면역항암제가 보유한 8개 암종 10개 적응증에 일괄적으로 급여를 적용한 것. 이를 위해 대만 정부는 특별 예산을 편성하는 등 모험적인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대만의 이번 결정의 의미와 국내 환자들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지난달 28일 아시아두경부종양학회 학술대회(ASHNO)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대만 양민대학교 암연구센터장인 양무화 교수, 그리고 국내 종양 전문가인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대만에서는 올해 4월부터 면역항암제의 모든 허가 적응증에 대한 급여를 일괄 적용했다고 들었다. 이유가 무엇인가.

◇양무화 교수= 대만은 3년 전부터 면역항암제를 사용해왔다. 의사들의 활발한 처방 덕분에 면역항암제 사용 경험이 축적됐고, 임상연구도 활발히 이뤄졌다. 여러 암에서 좋은 치료결과가 확보된 상태였다.

특히 1~2년 전에는 면역항암제가 여러 치료 옵션 중에 하나였다면, 이제는 면역항암제가 표준치료제로 자리잡은 영향이 크다. 대만의 보험정책은 ‘최대한 각 암종의 표준치료를 급여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결과는 대만 정부만의 노력이 아니라 의료계, 학계, 환우회, 정치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힘을 합친 결실이다. 사회 각층이 노력한 성과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급여 적용 전후로 대만의  환자단체나 학계, 의료계 등에서 주목할만한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양= 특별한 계기보다 최근 2~3년 동안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노력이 축적된 결과다. 작년 즈음에 우선적으로 흑색종에서만 급여를 먼저 시행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으나 환자단체, 의료계, 학계에서 ‘흑색종이 가장 큰 니즈가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실제 흑색종은 대만의 주요 질병이 아니다. 그 결과, 다양한 적응증을 폭 넓게 아울러 급여를 적용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실제로 다양한 암종에 본격적으로 급여가 적용되면서 많은 분들이 반가움과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Q. 대만에서 면역항암제 급여가 적용된 암종은 무엇인가?

◇양=허가를 받은 모든 적응증이 급여 대상으로, 총 8개 암종 10개 적응증이 이에 해당된다. 세부적으로는 비소세포폐암 1∙2차, 흑색종 2차, 요로상피암(방광암) 1∙2차, 호지킨림프종 3차, 두경부암 2차, 위암 3차, 신세포암 3차, 간세포암 2차가 포함된다.

대만에서는 폐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사망률도 가장 높다. 이번 급여 결정의 가장 큰 성과는 폐암과 같은 주요 암의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두경부암도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남성 중 흡연, 음주, 비터너트(호두과 교목)를 씹는 경우가 많아서 두경부암이 많이 발병하는 편이다. 두경부암은 대만 남성에서 발병하는 암 4위로, 두경부암 역시 이번 급여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Q.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하다. 많이 발생하는 암과 사망률이 높은 암은 무엇인가

◇조병철 교수= 발생률 측면에서는 위암(3만504명), 대장암(2만8127명) 순이고, 여성에서는 유방암(2만1747명)이 많이 발생한다. 이때 폐암은 발생률이 남성에서 2위(1만7790명), 여성에서는 5위(7990명)인데, 사망률은 암중에서 가장 높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7년 폐암 사망자수는 1만 7969명에 달했다.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 암종은 검진으로 조기발견이 많은 편이지만, 폐암 환자의 약 2/3는 수술이 불가능한(진행성 암 병기)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Q. 국내에서도 면역항암제 급여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대만 면역항암제의 급여화에 대해 국내 의료진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조= 데이터가 있고 의학적으로 충분히 유의한 결과라면, 환자의 삶을 위해 보험을 해주는 것이 당연히 좋다. 경제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이야기를 하자면, 면역항암제가 표준치료라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심의 여지가 없다. 면역항암제는 장기 생존을 높여 환자들에게 미치는 효과가 크다. 하지만 경제적인 면도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Q. 최근 국내 환자들 사이에서도 면역항암제를 폐암 1차 치료제로 급여화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치료 효과는 얼마나 될까?

◇조= 면역항암제를 1차에서 사용하는 것은 암종마다 데이터가 다르다. 두경부암과 폐암 등의 전이성 고형암 1차 치료(단독/병용)에서 강력한 효과를 확인한 연구가 많다. 1차부터 사용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연구에서 면역항암제를 1차에서 사용했을 시, 2차 치료와 비교해 더 높은 치료효과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또한 면역항암제의 반응률은 바이오마커 뿐 아니라 환자의 면역체계도 중요한데 이전에 다른 치료를 받았던 환자(2차에서 면역항암제 사용할 경우)보다는 첫 치료(1차)부터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PD-L1≥50%)에서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을 평가한 연구 결과, 지난 50~60년 동안 전이성(4기) 폐암에서 사용했던 고식적인 세포독성항암요법(백금기반 병용요법)의 평균 생존 기간은 14.2개월인 반면, 면역항암제의 생존기간은 30개월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항암제가 1차 치료요법으로 사용되고 환자들의 생존이 30개월까지 늘었다는 것은 굉장히 괄목할만한 성과다.

(직접 비교 연구는 아니지만)동일하게 PD-L1≥50%인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와 2차 치료를 비교하자면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환자의 반응률이 약 2배 가량 높다.

Q. 면역항암제 급여적용을 위해 대만이 추가로 편성한 예산 규모가 궁금하다

◇양= 기존 건강보험 프로세스에서는 하나의 제품에서 하나의 적응증에 대한 급여를 허용했다. 그런데 이번 면역항암제의 경우 별도의 특별 예산을 투입해 동시 다발적으로 상당히 많은 암종에 대한 일괄 급여가 결정된 이례적인 케이스다. 추가 편성한 예산을 전체 예산에 대한 비율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올해(2019년) 항암제와 비항암제를 포함한 신약 재정 중 면역항암제가 41% 정도를 차지한다.


Q. 대만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이며, 의료진으로서 기대하는 바는?

◇양= 급여화가 됨에 따라 의사들이 면역항암제를 표준요법으로 보다 많이 편입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급여 전에는 의학적인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경제적 요건이 안 되는 사람은 면역항암제 치료를 진행할 수 없어 훌륭한 약제에 대해 접근성 확보가 어려웠다.

현재 면역항암제 급여는 바이오마커(PD-L1)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바이오마커(PD-L1)가 높을수록 치료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이번 급여를 발판으로 면역항암제 사용이 늘어나면 바이오마커와 치료 효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더 쌓일 것으로 기대한다. 또 올해 처음 면역항암제에 대한 특별 예산을 편성한 만큼 추이를 보면서 예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제도상 불안정한 면이 있지만  2~3년 후에는 더욱 체계화된 시스템으로 정착하길 바란다.

Q. 혁신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확보와 경제성 사이에서 균형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조= 환자를 보는 전문의 입장에서 좋은 약이 쉽게 쓰일 수 있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 다만, 최적의 바이오마커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환자의 생존 기간을 유의하게 증가시킬 수 있는 약제를 보험권으로 들여올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한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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