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세계 선박 수주 1위 자리를 되찾으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린 한국 조선업계가 올해도 수주 훈풍을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글로벌 선주사들의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가 예고된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1조원대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3일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지역 선사와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1척 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금액은 1조1040억이다. 계약 금액은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의 21%에 달한다. 계약 기간은 2022년 3월까지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한 후 해상유전으로 출항(Sail-away)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올해 목표로 세운 해양 부문 수주액의 절반가량의 실적을 채웠다.
이번 해양플랜트 수주는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에서 관련 수주가 현대중공업 1건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의 이번 수주가 해양 부문 추가 수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이어진다.
특히 국제 유가가 이달 들어 배럴당 70달러대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보편적으로 유가가 60달러 선을 유지하면 해양플랜트 부문 수익이 현실화되면서 해양플랜트 수주가 활발해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유가가 폭락하면서 연기된 해양플랜트는 7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아람코 마르잔 유전개발 프로젝트, 베트남 블록B 플랫폼 프로젝트, 캐나다 키스파 프로젝트 등이 있다. 2017년 삼성중공업의 수주 실적의 절반이 해양 부문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회사가 관련 부문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졌고, 추가 수주를 따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규모인 대우조선해양 1도크에서 유럽지역 선주들로부터 수주한 초대형원유운반선(이하 VLCC) 4척이 동시에 건조 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도크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길이 530미터, 폭 131미터에 달한다. 이는 길이 330미터, 폭 60미터에 달하는 VLCC급 선박 4척(2척 전선, 2척 반선)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번에는 2척이 진수되면 절반 정도 만들어진 나머지 2척은 도크에서 계속 작업이 진행된다.
이처럼 1도크에서 VLCC 4척이 동시에 건조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에서 1993년 이후 26년 만이다.
VLCC는 LNG운반선과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선종으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에 큰 힘이 되고 있는 선종이다.
대우조선해양은 VLCC 수주에 있어서 전세계에서 발주된 44척의 VLCC중 16척을 수주해 가장 많은 실적을 보였으며, 올해도 현재까지 10척중 6척을 수주한 상태다.
호재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고부가 선박인 LPG선의 대규모 발주가 올해 예정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달을 기점으로 미국 자원 개발회사 에너다코페트롤리엄은 모잠비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LNG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할 16척 LNG선 발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한 러시아의 ‘아말프로젝트’도 북극해 LNG 개발을 위해 15척의 LNG선을 발주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삼성중공업)는 전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선(LNG)의 86%인 53척을 발주했다. 이는 경쟁국 조선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결과라는 게 국내외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그 결과 올해 LPG선 대규모 발주 역시 한국 조선업의 수주 낭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2분기, 3분기 개념으로 한국 조선사의 수익이 급격히 늘어나는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올해 전체를 볼 때 고부가 LNG 선박을 비롯한 해양플랜트 등 수주가 늘어 조선업 시황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