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오르면서 점심을 먹고 난 후 졸림을 호소하는 ‘식곤증’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식곤증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섭취한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일부 문화권에서 ‘씨에스터’라며 낮잠시간까지 정해놓기도 한 이유이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소화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혈액이 위장으로 몰리는데, 그럴 경우 뇌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어 집중력 저하와 졸음이 오는 것”이라며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흡수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체력 저하로 쉽게 나른
여름철에는 체력이 저하되고, 실내외 기온 차 등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쉽게 나른해진다.
게다가 포만감까지 찾아오면 피로감은 크게 과중된다. 따라서 식사 후 졸림이 심하면 5~10분 정도 짧은 수면을 취하는 게 좋다. 잠을 너무 많이 잘 경우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생활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또, 아침 식사는 먹는게 좋다. 아침을 거를 경우 이후 과식이나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만큼 많은 음식을 소화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식곤증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고 교수는 “아침식사는 적은 양이라도 반드시 해 점심 때 과식을 피하고, 식사 시에는 지방이 적은 음식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식곤증, 생체시계와 관련
우리 몸의 여러 기능이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생체시계’라고 한다. 낮과 밤이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유독 점심식사 후에 졸음이 쏟아지는 이유는 생체시계와 관련이 있다.
우리 몸은 하루를 주기로 체온 변화와 여러 가지 호르몬(멜라토닌, 성장호르몬, 스테로이드 등)들의 분비량이 달라진다. 시간대 별로 신체 기능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이 같은 작용으로 우리 몸은 점심시간 전후의 시간에 야간과 비슷한 상태로 기능이 맞춰져 졸음이 심해진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의 체온은 저녁 12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가 가장 낮고 그 다음으로 낮 12시를 전후해서 낮다. 체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호르몬, 신체 기능 등이 대개 24시간을 주기로 바뀌는데, 점심시간을 전후한 시간은 우리 몸이 자동적으로 야간과 비슷한 상태로 몸의 기능이 맞춰진다.
고 교수는 “하지만, 낮과 밤의 구별이 전혀 없는 환경에 노출돼도 생체시계는 여전히 작동해 여러 가지 생리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며 “빛과 어둠의 구별이 없는 상태에서는 우리 몸의 주기는 25시간으로, 24시간 보다 1시간 늦다. 즉,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시계는 원래 25시간에 맞추어져 있는데 외부의 시간 변화에 의해서 내부 생체시계를 24시간에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우선 하루 주기를 짧게 하는 것보다는 길게 하는 것이 훨씬 견디기 편해진다. 즉, 자는 시간이 밤 11시에서 아침 6시까지인 사람이 수면시간을 밤 12시에서 아침 7시까지로 바꾸기는 어렵지 않지만 수면시간을 밤 10시에서 아침 5시로 바꾸는 것은 아주 힘들다.
그래서 교대 근무는 아침, 저녁, 야간작업의 순서로 근무를 하는 것이 저녁, 아침, 야간작업의 순서로 교대하는 것보다 훨씬 적응하기 쉽다. 또한 해외여행 시에도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시차에 잘 적응한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