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등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이 산업재해로 인정된 가운데 의료현장의 간호인력을 늘려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故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간호 인력 확충이 태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태움' 문제를 고발한 박 간호사가 사망한지 1년여 지난 후 의료현장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는 3교대 간호사 A씨는 "고 박선욱 간호사 죽음 후에 우리 병원은 인력을 이유로 없앴던 교육 간호사를 신설 배치했다"며 "신규간호사들의 독립 후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3명을 보면서 독립했다가 힘들어하면 다시 2명으로 줄여 환자를 보게 한다"고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그러나 간호인력 확충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A씨는 "실질적인 간호인력 확충이 중요한데 아직 거기까지는 못 가고 있다"며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아직도 3명의 환자를 간호하고 있고, 병동은 근무 시 간호사 1명이 12~14명의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이 숫자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중증도가 높은 중환자실의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로 1~2명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상급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는 그보다 많은 3~4명 정도다. 국내 병동 간호사 또한 1인당 10명 내외의 환자를 돌보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2~5배가량 많은 환자를 담당한다.
A씨는 "나이 어린 1~5년차 간호사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그들이 번아웃(burn out)되어 조직에서 나가고 병원은 또 신규간호사를 교육한다"며 "결국 환자의 안녕과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간호인력 확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월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 등 간호정책을 전담하는 간호정책 특별전담조직을 신설했다. 간호 인력 수급과 업무범위 조정, 근무환경 개선 대책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