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일도 바쁜데 강제 서명운동까지"

간호사들 "일도 바쁜데 강제 서명운동까지"

간호사 출신 노벨평화상 추천 서명운동 놓고 현장 간호사 갈등

기사승인 2019-05-15 04:00:00

한센인을 위해 40여년간 소록도에서 헌신한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간호사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백만인 서명운동을 놓고 현장 간호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온라인 간호사 커뮤니티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서명지를 담은 사진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업무도 바쁜데 서명운동까지 강제로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게시자는 "저번부터 서명을 받아오라고 명령한다. 주위 사람 이름이랑 주소를 적으라는데 좀 많이 불편하다. 주변에서도 꺼려한다"며 "일하는 것도 힘든데 업무 외 일시키지 마라"고 따져물었다.

간호사들의 성토도 쏟아졌다. 간호사 A씨는 "보건소 근로장학생으로 있을 때에도 서명 받으라고 각 부서별로 내려서 보건소에 오는 모든 대상자들 상대로 서명받게하고, 가족들까지 받아오라고 했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간호사 B씨도 "국내 간호사 처우나 돌봤으면 한다. 백날 서명해봤자 간호사들 현실은 달라질게 없지 않느냐"고 의견을 더했다.

이 외에도 '노벨평화상은 무슨 임상 간호사는 하나도 평화롭지 않다', '이미 병원과 학교를 합치면 5번이나 중복(서명)이다', '강제서명은 취업해서도 이어진다' 등 다양한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두 간호사는 고국을 떠나 소록도에서 한센인을 위해 봉사한 간호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좋은 취지인만큼 간호협회에서도 순수한 뜻으로 동참을 요청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노벨평화상 수상자 가운데 간호사출신이 없다. 국제적으로 추진하는 하나의 간호사 직역 운동이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주관하는 '마리안느와 마가렛 노벨평화상 추천 백만인서명운동'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시작됐다.

나이팅게일 탄생 200주년인 2020년 노벨평화상 후보 등재를 목표로 전남 고흥군, 대한간호협회, 그리고 국제간호협회와 함께 10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49만 60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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