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신질환자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 정신건강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6일 영국 보건부(NHS) 정신건강담당자인 알렉산드라 루이스 박사(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강화'를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영국 보건부가 정신건강 서비스 '최우선 순위'를 점검한 결과 14세 정신질환자의 뇌는 성인의 뇌보다 개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영국에서는 1999년 국가적 정신건강 서비스 구조를 체계화한 것을 계기로 20여년간 정신질환 관련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정신적 건강과 신체적 건강을 동등하게 보고, 치료 및 개선체계 마련에 나선 것이다.
루이스 박사는 "14세까지 정신건강 문제의 50%가 발현되고, 18세까지 정신건강 문제의 75%가 발현된다"며 "특히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뇌발달과 정신적 건강에 악영항을 미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신질환 청소년에게 치료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이들의 뇌가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을 발견했다. 아동청소년기에 조기에 개입하면 정신질환이 발병하는 것과 발병하더라도 그 영향이 완화되도록 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2024년까지 국가 정신건강 서비스에 23억 파운드(약 3조 500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는 모든 학교에 최소 1명의 정신건강 관련 직원을 배치하고, 2020년 9월까지 필수적으로 정신건강 교육을 실시한다. 교도소 보건예산 또한 법무부에서 보건부로 이관해 개선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 범죄 청소년에 높은 투자를 감행했다.
루이스 박사는 "정신장애와 신경발달장애를 가진 12~17세 청소년의 경우 감호병원에서 관리한다. 개별화된 여러 분야의 종합적 치료패키지를 제공하는데 1병상당 연간 25만 파운드(약 3억 8천억원)가 드는 고비용의 서비스"라며 "이 외에도 감호병원이 아닌 소년구금실에 수용된 대부분의 소년 범죄자에게도 종합정신건강팀이 개입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의료 전문가들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적극적 개입을 촉구했다.
정신질환을 앓는 범죄 청소년에 제대로된 치료 개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평생에 걸쳐 재범과 수감이 반복될 수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률은 60% 중반을 기록해 40% 중후반대인 전체 범죄자 재범률을 크게 상회한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7 소년원 정신장애 아이들을 스크리닝한 결과 알코올중독이 70%로 가장 많았고, 53%가 품행장애, 40%가 ADHD, 그리고 20~25%가 불안장애와 주요 우울장애였다"며 "모두 합쳐 100%가 넘는 이유는 두 개 이상의 문제를 가진 공존병리 환자가 많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연구에서 두 개 이상 진단을 가진 아이들이 반복적 재범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5배나 높게 나타났다"며 "이 아이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반복적인 재범 위험에 놓인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소 청소년 대상의 치료 프로그램 도입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재소 청소년에게 서울대가 개발한 치료 프로그램을 6개월간 제공한 결과 뇌연결성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이는 공격적 행동을 하기 전에 잠깐 참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고, 행동억제, 감정-행동 통제 등 아이들 자신이 가진 조절능력 향상을 도와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좋은 치료를 제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물론 프로그램만으로 이 아이들이 가진 발달장애와 생물학적 결함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때문에 지역사회 내 정신질환 청소년의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