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환자엔 진료거부...폭행죄·의료법 위반 적용”

“폭력 환자엔 진료거부...폭행죄·의료법 위반 적용”

진료거부 사유에 '폭행' 추가...모욕·협박 환자에 "응대 어렵다" 안내

기사승인 2019-06-15 04:00:00

“환자분 행동은 모욕과 협박에 해당합니다. 더 이상의 응대가 어렵습니다.”

병원 내에서 의료인을 향해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할 경우 모욕죄,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로 처벌을 받게 된다. 또 간호사에게 폭언을 쏟아낸 환자는 진료를 거부당할 수도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의료현장에 배포했다. 의료기관 내 폭력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故임세원 교수 사망사건, 응급실 폭력 사건 등 의료기관 내 폭력의 심각성은 꾸준히 논란이 됐던 문제다. 보건의료 종사자 10명 중 9명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을 정도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 관리 현황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의 경우 최근 3년간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80.6%에 달했으며, 이 중 폭언이 62.6%, 폭언을 동반한 폭행이 36.8%인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사는 최근 1년간 폭언 경험 비율이 44.8%, 폭행 11.7%, 성희롱 16.7%였다.

의료기관 내 폭력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료기관 내 폭력을 진료거부 예외사유로 지정하고, 처벌도 강화했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의료법 제 15조에 따라 정당한 사유없이 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수 없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한 환자에게는 진료거부가 가능하다. 올해 4월부터는 기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이었던 처벌 규정을 최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상향해 규정했다.  

또한 의료인이나 환자를 향한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의료법 위반뿐만 아니라 폭행죄, 명예훼손죄, 모욕죄, 협박죄, 폭행치상최, 업무방해죄, 손괴죄, 상해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폭력 문제 발생 시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대응 방안,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용 안내사항 등이 각각 담겼다.

우선 피해자(의료인)는 주변 도움 요청과 함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보안요원 등을 호출한다. 이후 목격자 확보와 상황기록 등 증거를 수집하고, 관련 부서에 보고하도록 안내했다.

의료기관은 CCTV영상, 진료기록 등 증거를 수집하는 한편, 폭행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피해에 대한 치료를 지원한다. 또 사건을 조사하고, 폭력 행위자에 법적조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시행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또한 환자와 보호자에 진료와 관계없는 위험한 물건(칼, 송곳 등)의 의료기관 반입이 금지되며, 무리한 진료요구 또한 다른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는 행위이므로 자제해야 할 것을 안내했다.

다만, 환자단체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적극 동참하겠다면서도 폭력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최성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의료기관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결국 환자들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다. 때문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한데 정부의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은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기 보다 환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가중처벌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응급실에서는 병원의 안내 부족으로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이 방치돼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처치가 늦어지는 이유, 나보다 급한 환자가 얼마나 있는지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설명을 위한 인력만 더 추가되어도 폭력사태는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오창현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안전한 진료환경 가이드라인은 환자와 의료인 서로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도록 유의할 사항을 담은 것이다. 폭력 행사 시 처벌 조항은 의료인과 환자 양쪽 모두 같은 내용으로 담았으며 폭행 의도를 갖은 사람에게 경각심을 느끼시도록 한 것"이라며 "의료인용에도 처벌조항을 기술한 또 하나의 이유는 병원내 태움 등의 직원 간폭력이 있을 수 있어 폭력의도를 처음부터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중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과 관련한 법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의료기관 내 비상벨, 보안인력 배치 등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 보상책을 시행규칙에 담을 것이다. 올해 연말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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