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보장성 강화 불구 국고지원 제자리... ‘법’이 문제

건보 보장성 강화 불구 국고지원 제자리... ‘법’이 문제

국민건강보험법·국민건강증진법 개정 통해 명확한 근거 마련 필요

기사승인 2019-07-24 02:00:00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6% 등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국고지원 비율은 13.6%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미지급된 금액은 24조5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관련법 규정에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김도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변호사)은 “수입액을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라며 “해당연도의 예상수입으로 국고지원 금액을 산정하다 보니 예산편성 및 심의 시기와 맞지 않아, 매번 과소 추계 및 과소 책정돼 건강보험료 미지급금이 누적되는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법은 국고지원 기한을 부칙으로 둬 한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정부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국고보조금 없이는 건강보험이 정상적으로 보장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한시적 규정을 고집하고 있다”며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및 만성질환자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고려하면 건보 재정의 안전성 확보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의적 규정 형식으로 인한 책임의 불분명성도 법의 미비점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국고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적시, 문리해석상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국민건강증진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한다”로 명시하고 있어 규정 형식이 충돌한다. 이로 인해 정책 집행에 혼란이 생기고 국가의 책임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다는 게 김 위원의 지적이다. 

단서조항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역대 정부는 “예산 범위 안에서”나 “다만, 그 지원금액은 해당 연도 부담금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65를 초과할 수 없다” 등의 단서조항은 역대 정부가 사실상 국고지원 의무의 회피 근거로 이용해왔다. 김 변호사는 “기획재정부도 ‘탄력적으로 예산 범위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부의 국고지원은 결국 법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개선 사항으로 ▲국고지원 금액 산정기준 명료화 ▲한시적 지원기한 삭제 ▲강행적 규정형식으로 일원화 ▲불필요한 단서조항들의 제거나 축소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정부의 국고지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 

지난 2007년부터 국고지원 관련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토론회와 간담회 등에서 기획재정부를 제외하면 국고지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적극적으로 법 개정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법적으로 국고를 지원받을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국고지원과 관련해 예산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최근 박능후 복지부 장관도 국고지원 비율을 13.6%에서 14%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의지의 표명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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