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제의 수도’·‘조선 왕조의 발원지’·‘호남제일성(湖南第一城)’·‘대한민국 전통문화 1번지’
모두 전라북도의 중심지 전주(全州)를 일컫는 수식어다. 역사문화에 있어 전주를 한국의 수도라고 평해도 과언은 아니다. 다만 빛나는 역사와 달리 최근 전주에서 이름 있는 대기업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러한 상황은 대기업에 딸린 좋은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졌고, 전주에서는 일터를 찾아 고향을 등지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결국 인구 유출로 인해 이 도시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얼핏 빛바랜 도시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전주에는 향토 대기업으로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휴비스가 그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지난달 13일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산업용 ‘LMF’(저융점 접착용 섬유)의 생산기지인 휴비스 전주 1·2공장을 찾았다.
휴비스 전주 공장은 서울에서 KTX와 차량을 이용 2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면적 약 12만9000평(428.530㎡) 부지에 터를 잡은 휴비스 전주공장은 쉴틈 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재들은 단·장섬유·아라미드·산업 자재 등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의류부터 건축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대표 생산품은 자동차·건축·가구 등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소재 LMF다. 이 소재는 흰색가루인 테레프탈산(TPA)과 무색의 액체인 에틸렌글리콜(EG)을 중합을 통해 쌀과 같은 칩으로 생산하는 과정을 거쳐, 칩을 실로 뽑아내는 ‘방사’, 실에 다양한 물성을 부여하며 늘여주는 ‘연신’, 제품을 건조·커팅·포장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휴비스 전주공장에서 만난 현윤수 SF생산팀 SF2파트장과 함께 LMF 공정을 둘러보기 위해 핵심 라인인 방사 설비장으로 들어섰다. 섬유 생산 공정의 특성상 24시간 가동되는 탓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귀를 멍하게 했다. 옆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됐기 때문에 소음에 노출된 직원들은 없었다. 거대한 방사기는 중합을 통해 생산된 칩을 녹여 노즐에서 섬유를 국수처럼 뽑아내고 있었다. 현윤수 파트장은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섬유의 굵기는 머리카락보다 가늘며, 방사 속도만 무려 시속 60km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방사를 통해 생산된 섬유들은 개당 약 1.5톤에 달하는 거대한 박스로 40여개 분량이 쌓이면 다음 단계인 연신 공정으로 넘어간다. 연신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LMF를 물리적으로 늘리는 공정이다. 섬유를 롤러로 당겨 탄성·볼륨감·물성을 준다. 실제 연신으로 생산된 여러 섬유의 굵기는 고객사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튼튼한 인장력을 자랑한다.
이렇게 생산된 제품들은 건조와 커팅과정을 거친 후 손쉬운 운반을 위해 1m 길이에 300kg 정도의 직육면체 제품으로 포장됐다. 포장된 제품은 전주공장과 부산 등지에서 컨테이너선을 타고 전 세계로 수출된다. 세계 6대륙의 포드·제너럴 모터스(GM)·현대자동차·기아차 등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차량 내장재나 흡음재로 사용된다. 또 일부는 건축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소재로 쓰인다. 지난해 기준으로 휴비스는 이 부문에서만 26만톤을 판매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3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 향토기업으로 국위선양(國威宣揚)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현장 관계자들은 큰 자부심이 느끼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비결을 묻자 현장 관계자들은 “과감한 투자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 수요에 대처하는 순발력”이라고 꼽았다. 이어 “앞으로도 설비 경쟁력과 원가 경쟁력을 더 높여 탑 플레이어,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전주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더욱 보탬이 되겠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각오다. 휴비스는 “최근 전주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오는 2020년 준공되면 전주에 230여명 이상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와 400억원 가량의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기대된다.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