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조성된 청풍호(靑風湖)는 67.5㎢ 규모의 육지 속 바다로 불리는 거대한 인공 호수다. 주변에는 월악산이 솟아있고, 호수를 품은 산자락은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인공으로 조성됐지만, 잉어‧붕어‧향어‧송어 등 다양한 물고기들의 서식지로 낚시꾼들에게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명소다. 또 가까운 거리에는 각종 놀이기구와 수상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져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팔방미인과 같은 곳이다.
대한민국 대표 호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청풍호에는 그 위용에 걸맞게 2017년부터 국내 최대 내륙 수상태양광발전소인 ‘한국수자원공사 청풍호 수상태양광 발전소’(이하 청풍호 발전소)가 자리해 지속가능한 미래 에너지원의 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쿠키뉴스는 2017년 12월부터 연간 약 4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3MW(메가와트)급 ‘청풍호 발전소’를 지난 22일 직접 찾아 대한민국 수상태양광 발전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청풍호 발전소는 서울에서 차량과 선박을 이용해 3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 한천리 인근 청풍호 수면위에 자리하고 있다. 현장 도착 후 처음 눈에 들어오는 풍광은 다도해와 같은 청풍호의 멋진 전경과 물 위에 떠 있는 수상태양광 모듈의 모습이다. 환경오염 우려와 달리 모듈 아래 그늘에는 아기 물고기로 보이는 자그마한 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시선을 끌고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수상태양광은 육상 태양광기술과 부유식 구조물 기술을 융합한 것으로 물에 뜨는 친환경 구조물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 것이다. 설치된 구조물은 카페에서 만나는 빨대와 같은 일반적인 PE 부력체와 재활용 가능한 무해한 소재들이 사용됐다.
수상태양광은 유휴부지인 수면을 이용해 국토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육상태양광에 비해 그림자 영향이 적다. 또 모듈의 냉각 효과가 있어 발전 효율이 10% 이상 높게 나오는 장점이 있다.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노는 부지를 활용하고, 오염 걱정 없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한국전자부품연구원 관계자들의 도움을 얻어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이들은 국내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운영 모니터링 결과와 수상태양광 기자재의 환경 안전성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그 덕택에 기자는 수상태양광과 관련된 여러 궁금증과 우려와 관련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날 가장 궁금했던 점은 수상태양광이 환경파괴를 일으킨다는 대중적 우려에 관한 현장의 생각이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노태호 박사는 이와 관련해 “수질, 수생태에 대한 조사를 했는데, 발전 설비의 영향을 받는 수역과 그렇지 않은 수역 간 큰 차이가 없었다”며 “대부분 항목이 기준치 이하”라고 설명했다.
현장의 다른 관계자 역시 “태양광 모듈이 중금속인 납과 카드뮴 등을 함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은 카드뮴이 들어가지 않은 결정질 실리콘(C-SI) 태양전지를 사용했다. 또한 수상태양광 전용 모듈에는 납 자재가 사용되지 않으며, 설치 전 유해물질 용출검사를 통해 충분히 검증된 태양광 모듈과 자재들만 설치 허가가 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수상태양광 사업이 성장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상태양광발전으로 인한 어족자원 감소에 관해서는 “오히려 수상태양광 발전소 그늘은 어류의 산란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수상태양광과 관련된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선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박에서 태양광 모듈을 바라보니 반사광과 관련된 우려도 들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자부품연구원 관계자는 “태양빛이 반사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농작물의 생육에 지장을 준다는 주장이 있다”며 “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태양 빛을 흡수해 전기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빛을 흡수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반사광에 대한 일각의 오해 자체가 태양광 발전의 기본 원리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며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측정한 반사율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의 반사율은 5% 수준이다. 플라스틱 10%, 흰색페인트 70%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강조했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배를 타고 청풍호 발전소를 바라보니 수상태양광을 향한 곱지 못한 시선과 여러 오해를 이겨내고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는 현장의 노력이 묻어났다.
현장 관계자들은 “전 세계 1%의 저수지 수면만 활용해도 석탄화력발전소 404기, 설비용량 500조 이상의 세계 시장이 열린다”며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국내 태양광 기업들에는 좋은 기회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충분히 경험(수상태양광 발전소 구축‧운용 경험)을 쌓는다면 수상태양광은 한국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한국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워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