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새로운 꿈을 향해 울릉도로 떠난 남자가 있다.
해발 400미터, 울릉도의 깍개등, 현지인도 꺼리는 위험천만한 그곳엔 염소목장을 운영하는 홍성호(50)씨가 산다. 7년 전, 그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무 연고도 없는 울릉도에 혈혈단신으로 들어왔다.
이십대 후반에 결혼한 그는 남매를 둔 가장, 홍씨는 22년간, 부산에 살면서 막노동을 시작으로 안 해 본 일이 없단다. 여러 차례 사업 실패 끝에 산수유, 도라지 등 건강식품업에서 반짝 성공하는 듯 했으나 그마저도 유행이 지나 추락의 길을 걸었다.
식품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흑염소에 관심을 갖게 된 홍씨, 천혜의 자연환경이 자랑인 울릉도는 식품회사로 성공하겠다는 그의 마지막 기회이자 꿈의 섬이었다.
그러나 자재마저도 일일이 배편으로 날라야 하는 섬에서는 조그만 축사를 짓는 일도 2년이나 걸렸고, 울릉도 특산품 판매도 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게다가 남매의 양육을 홀로 책임진 아내와는 급격히 멀어졌고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며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홍씨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3년 전 명이나물로 만든 간장 개발에 겨우 성공한 홍씨. 아직 시작 단계라 불투명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이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가 울릉도에서 꾸는 꿈 역시 가족을 위한 것이라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단다.
불혹의 나이 쉰 살, 모두가 은퇴를 생각하는 때에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은 과연 무모한 도전일까?
이번주(6월22일~26일) KBS 1TV 인간극장은 '울릉도는 나의 꿈'이라는 주재로 울릉도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 홍성호씨의 고군분투기를 따라간다.
# 실패를 거듭했어도 새로운 꿈을 향해 울릉도로 떠난 남자, 홍성호.
울릉도 현지인은 물론, 운전의 달인 택시기사들도 꺼린다는 위험천만한 Z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발 400여 미터의 깍개등이 나온다. 1년에 예닐곱 번, 독도가 보인다는 그곳에 터를 닦고 염소목장을 운영하는 홍성호씨. 7년 전, 그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무 연고도 없는 울릉도에 혈혈단신, 가족과 떨어져 혼자 들어왔다.
홍씨가 울릉도행을 마음먹었을 때는 산수유, 도라지 등을 판매하는 건강식품업으로 반짝 재미를 볼 때였다. 하지만 그의 예상대로 유행을 타는 식품업은 곧 추락의 길을 걸었고, 마흔 중반의 성호 씨는, 아직 초등, 중학생 남매를 둔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했다.
사실 홍씨는 스물일곱에 결혼을 하고 안 해 본 일이 없다. 포항이 고향이지만 부산에서 22년간 살면서 막노동을 시작으로 우유배달, 농수산물 유통업 등등 몸을 쓰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해냈던 불굴의 남자다. 그간 모은 돈으로 조그만 가게 하나 차릴 정도는 됐으나 홍씨는 더 큰 꿈을 위해 무모한 도전(?) 울릉도행을 감행했다.
건강식품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흑염소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흑염소 농장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청정지역이며 약초가 잘 자라 초지가 좋은 울릉도를 선택했다. 하지만 울릉도에 와서도 실패는 거듭됐다.
배편으로 자재를 일일이 날라야 하는, 섬에서 축사를 짓는 일이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목장은 외길을 타고 올라야 하는 깍개등 아닌가. 축사를 짓는 일만 해도 2년이나 걸렸고, 울금이며 마가목이며 울릉도 특산품 판매에도 손을 대 봤지만, 판매가 쉽진 않았는데...마침내 명이나물로 만든 간장 개발을 2년 만에 성공한 홍씨. 판매를 시작한 지는 1년도 채 안됐지만, 공장 하나 없는 울릉도에 식품회사를 만들겠다는 그의 원대한 꿈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 쓰러져도 다시 설 수 있었던 건, 가족! 그는 아버지이자 아들이다.
‘부산이라면 대도시인데, 그냥저냥 먹고살 만한 일이 그리 없겠는가’ ‘그것도 마흔 중반에 아무 연고도 없는 울릉도라니...’
홍씨의 선택을 의아해했던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가족은 물론, 특히 아내의 반대는 예상외로 컸다. 하지만 실패만 거듭하며 아무런 희망 없는 도시에서 다시 꿈을 꾼다는 일이 홍씨에겐 더 무모한 일이었다.
하지만 5년 안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홍씨의 야심 찬 포부는 7년이 지나도록 안개 속을 헤매며 진행 중이다.
반대가 컸던 아내와의 사이는 급격히 멀어졌고, 한창 자라는 아이들 역시 아버지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며 지내게 했다. 다행히 가족을 떠날 당시 열네 살이었던 아들은 입대를 앞둔 스물한 살 늠름한 청년이 됐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울릉도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또한 홍씨의 든든한 후원자는 고향, 포항에 계시는 어머니와 유일한 형, 홍두호씨. 고향마을 포항엔 홍씨가 간장을 만드는 자그마한 공장이 있다. 설비비용이 비싸 울릉도에선 공장조차 짓기 어렵기 때문에 울릉도에서 수확한 명이나물은, 포항 시골 마을 공장에서 직접 끓이고 다려서 간장을 만든다. 그러나 그 역시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전자동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50도가 넘는 공장 안의 열기는 한증막이 따로 없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홍씨의 어머니는 마음이 아픈지만 땀흘리고 애쓰는데도 번번이 실패만 하는 아들에게 이번만큼은 예감이 좋다고 홍씨를 격려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실패를 했으니, 이제 성공할 때도 된 건 아닌가. 홍씨는 자나 깨나 자신 때문에 애달픈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다.
# 빛을 만나면 안개가 걷히듯, 성호 씨에게도 맑은 날이 있다.
항구 옆 어시장에 가면, 홍씨를 모르는 울릉도 주민은 없다. 특산품 가게에서도 마찬가지다. 외지인들에게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는 섬사람들이지만 홍씨와는 허물없이 지낸다. 혼자 사는 홍씨가 딱하다며 밥은 먹었냐며 안부를 묻는 곳이 많아 어떨 땐 아침을 다섯 번이나 먹은 적도 있다.
2년간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 한 명이 간장도 울릉도 주민들에겐 인정받는 특산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전히 신규 거래처를 뚫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홍씨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가게마다 자신이 만든 간장을 자랑하고 다닌다.
홍씨의 계획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하지만 7년 전 보다 나아진 ‘지금’이 가장 좋다고 한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황금, 소금, 지금’, 그중에서도 홍씨에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지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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