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쿠키뉴스] 최재용 기자 =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 선정 '데드라인'을 8일 남겨둔 23일 오전. 경북 군위IC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붉게 쓴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군위군민 기만하는 국방부는 자폭하라', '산불때 술판처럼 군위가 만만하나?', '적법한 우보공항이 경북을 살립니다'.
국방부가 주민투표 결과를 반영해 탈락시킨 단독후보지인 군위 우보를 지지하는 현수막들이다. 군위군청까지 어림잡아도 100여개는 돼 보인다.
군위군청을 입구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공동후보지(의성비안·군위소보)를 지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상복을 입고 군위군청 앞에 선 류병찬 무산방지위원회 위원장은 "신공항 유치 무산은 곧 군위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며 "소멸위기에 놓인 군위와 의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지막 남은 희망인 공동후보지로 유치신청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주 27일에는 경북지역 유림단체 회원 100여명이 합류해 군위군에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을 촉구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군위군청 전정에는 '우보공항 끝까지 사수'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군청 민원실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둘로 나뉜 민심이 안타깝다"며 "신공항이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때마침 5일장이 열린다기에 군위주민의 생각을 듣기 위해 군위전통시장을 찾았다. 그런데 입구부터 경계(?)가 삼엄하다. 단독후보지를 주장해온 군위군 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도청직원 100여명이 전통시장 장보기를 틈타 물건을 구입하면서 상인들에게 공동후보지로 설득하는 등의 유치한 전략을 펴고 있다"며 "마치 공동후보지가 아니면 군위에 큰 일이 날 것 처럼 떠들고 다닌다"고 비난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11시께 이 곳을 찾았다가 추진위 관계자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경모 군위군 통합신공항추진위원회 홍보실장은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북도가 도내 단체를 대거 투입해 주민들을 교란시키고 있지만 오히려 반감이 더 크다"며 "이철우 도지사를 비롯한 경북도는 당장 군위를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 들어서자 '우보 사수' 머리띠를 맨 주민들이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우보공항 사수하여 자손만대 번영하자'라는 피켓을 든 손경근(58·군위읍)씨는 "신공항이 들어서면 주로 이용하게 될 대구시민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이전부지로 우보가 마땅하다"며 "국방부의 결정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고, 이해 조차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곳에서 50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영소(77)씨는 "주민투표결과 공동후보지로 결정이 났는데 더 이상 할 이야기가 뭐가 있냐"며 공동후보지 유치 신청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시장을 빠져나오자 군청로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선 상가 입구에는 전단지가 나딩굴고 있었다. '군위군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모임' 일동으로 뿌려진 이 전단에는 '지금 군위군수가 신공항을 유치하려는 방법이 벼랑 끝 전술처럼 걱정이 앞선다. 탈락된 우보 단독 후보지를 체념하고 군민의 뜻을 정확하게 판단해 공동후보지를 선택하기 바란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협의회는 최혁준 경북도통합신공항추진 단장의 진행 상황을 듣고 원인 분석과 해결 방안, 대구경북 상생을 위한 아이디어를 교환한 뒤 '통합신공항 이전 성공을 위한 대승적 결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국가 혁신성장을 선도하고 분권형 국토균형발전의 실현을 위해 통합신공항 이전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면서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대구경북의 새 역사를 만들 대승적 결정 뿐이며, 기회를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과감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의성비안·군위소보 뿐"이라고 규정한 뒤 "대구경북의 모든 힘을 모아 통합신공항 이전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군위군의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이철우 지사는 "산고 끝에 옥동자가 나온다. 산고가 클수록 훌룡한 사람을 낳을 수 있다. 군위군수와 군민들의 노력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수 없었다"면서 "군위 단독에서 공동후보지로 되면서 허탈, 상실감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는 31일까지 신청하지 못하면 공항이전이 무산된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도록 반드시 공항이전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민주적 절차를 거쳐 여기까지 왔다"며 "공항 이전이 무산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경북지역 민간단체와 시·군 단체장도 잇따라 군위군을 찾아 공동후보지 설득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 목격됐다.
둘로 갈린 대구경북의 민심을 하늘도 아는지, 하루종일 굵은 빗방울이 내린 군위군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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