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네이버는 어떻게 ‘거대 금융사’ 됐나

[알경] 네이버는 어떻게 ‘거대 금융사’ 됐나

제휴 통해 금융 규제 피해
금융당국 핀테크 ‘편애’ 불만도

기사승인 2020-08-01 05:39:01
네이버는 2015년 처음으로 '네이버페이'라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금융사업에 발을 디뎠습니다.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네이버파이낸셜의 금융사업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5년 간편송금서비스 ‘네이버페이’로 시작한 네이버파이낸셜은 2020년 7월 현재 체크카드, 통장, 환전 등 각종 금융서비스로 저변을 넓혀가며 ‘빅테크(거대 IT금융사)’로 성장했습니다. 불과 5년만에 거대 금융사가 된 네이버는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IT기업이던 네이버가 금융업에 처음 발을 내딛은 것은 ‘간편결제’ 사업입니다. 지난 2015년 네이버는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출시했습니다. 2014년 카카오페이가 처음 출시한 이래 2015년까지도 간편결제 시스템은 비교적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결제가 되는 편의성과 간편함에 매료됐고, 간편결제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세를 보였죠.

다만 네이버는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 이후 다른 금융사업 진출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2015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고, 2년 뒤에 국내 첫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당시에도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니까요. 

네이버와 같은 업종인 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페이 출범 이후 카카오뱅크(2017년), 카카오페이증권(2020년) 등 적극적인 금융업 라이선스 취득 및 타 금융권과의 제휴를 통해 거대 IT기업과 금융사를 합친 뜻인 ‘빅테크’로서의 면모를 보여온 것과는 대조됩니다.

네이버가 본격적인 금융사업에 진출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9년입니다. 바로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 법인을 설립하면서부터입니다. 다만 여전히 인터넷은행 설립 여부에 대해서는 ‘없다’라는 입장을 유지했죠.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는 대신 기존 금융사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한 ‘제휴 상품’들을 내놓겠다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네이버가 이같은 전략을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금융사들과의 제휴를 진행해오지 않았지만, 사실 네이버는 해외 계열사인 라인파이낸셜을 통해 다른 업권 금융사들과 제휴를 통한 금융사업 경험이 많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일본 금융지주사인 노무라홀딩스와 조인트벤처로 라인증권을 설립했으며, 미즈호 파이낸셜과는 인터넷은행인 라인뱅크를 출범했습니다. 또한 일본 외에도 동남아 지역에 인터넷은행 합작사를 설립했거나 추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통장'이란 CMA상품으로 본격적인 금융시장 진출을 알렸습니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제휴를 통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인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출시 초기 해당 상품의 이름은 ‘네이버통장’이었지만, 예금통장이 아닌데 ‘통장’이란 표기를 쓴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름을 변경한 상태죠.

또한 지난 28일 네이버파이낸셜은 출범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래에셋캐피탈과 준비하고 있는 ‘SME(중소판매자) 대출’을 소개했습니다. SME대출은 네이버스토어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매출과 고객 후기를 토대로 신용등급을 매기는 ‘소상공인 대출 상품’입니다.

이외에도 네이버파이낸셜은 자회사인 ‘NF 보험 서비스’를 설립한 뒤 소상공인 대상 보험상품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개인신용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금융당국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이버페이의 역사는 5년이지만, 네이버파이낸셜 설립 이후 불과 1년 사이에 간편결제 사업 뿐 아니라 ▲통장 ▲대출 ▲보험 ▲마이데이터 등 금융사업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 금융사로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게 된 것이죠.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네이버가 신사업에 진출하는 전략과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 28일 진행된 네이버파이낸셜 기자간담회에서 최인혁 대표는 왜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직접 금융사를 운영한다고 해서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며 “경쟁력을 이미 갖춘 기존 금융사와 서비스를 함께 하는 게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두고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신사업 진출에 있어서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을 구사한다”라며 “우직하게 처음부터 시작하는 카카오와는 다르게 성공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특화사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최근 금융당국이 핀테크에 대해 ‘편애’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로 적극적인 규제 완화 기조도 네이버의 금융사업 진출에 영향을 줬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6일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는데요, 해당 방안에는 ▲마이 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 ▲간편결제업 소액결제 허용 ▲금융사에 준하는 소비자보호제도 도입 등 핀테크사들이 광범위한 금융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내용들이 담겼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권 관계자는“핀테크 업체들 중 거대 IT기업들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플랫폼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해 규제가 완화된다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금융당국이 제휴 형태로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게 만들면서 사실상 ‘우회진출’의 길을 열어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까지 네이버의 금융사업 진출에 대한 역사를 짚어봤습니다. 네이버가 금융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과연 금융당국이 바라는 ‘혁신금융 메기’로서 보수적인 금융업계를 변화시킬지, 소비자들에게 어떤 혁신적인 금융 상품들을 선보이게 될지 기대됩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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