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 “법정최고금리 10%? 정치권서 모르고 하는 소리”

[쿠키인터뷰]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 “법정최고금리 10%? 정치권서 모르고 하는 소리”

“정치권, 금융시장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어” 작심 비판

기사승인 2020-08-29 05:00:09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법정최고금리를 10%로 낮추자는 법안은 시행으로 얻는 이익보다 부작용이 크다고 비판했다. 사진=금융소비자원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최근 법정최고금리 10%로 내린다는 법안을 보면, 굉장히 근시안적인 시선이자 정치적인 계산이 들어갔다고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지금은 법적최고금리를 낮추냐 마느냐의 문제를 떠나 금융취약계층들에게 어떻게든 필요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법정최고금리를 10%로 낮추자고 하는 법안을 두고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편지로부터 시작된 법정최고금리 10%인하 법안은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및 서민금융전문가들은 법정최고 금리를 10%대로 인하할 경우 서민금융시장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소멸’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서민금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쿠키뉴스는 28일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 원장은 중앙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중앙대학원 국제경제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조 원장은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현재는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사회공헌위원 등을 겸임하고 있으며, 금융소비자원에서 서민금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 원장은 법정최고금리가 내려갈 경우 풍선효과로 인해 취약계층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더욱 내몰린다고 우려했다.

-법정최고금리가 10%로 내려간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정부의 정책금융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 취약계층 서민들은 금융권, 특히 대부업에서라도 자금을 마련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부업계도 저신용자들의 높아지는 대출부실 우려로 더욱 강화된 대출심사 규정을 적용하고, 결과적으로 대출 거절이 많아지고 있는 현재 시장의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법정최고금리 10%가 적용될 경우 더욱 많은 서민 저신용자들이 기존 금융권 밖으로 튕겨져나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아니겠는가. 결국 이들은 불가피하게 불법사금융에 빠져 좌절하게 되고, 대규모 신용붕괴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 법정금리를 현행 24%에서 10%로 낮추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닌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법정최고금리 20% 인하 법안도 발의돼 있다. 그렇다면 법정최고금리를 20%로 낮추는 것은 어떤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은 법정최고금리를 낮추자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심화되기 전부터 금융취약계층 서민들은 정책대출이나 불법사금융 이외의 방법으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대한 법안을 대표발의 및 발의에 동참한 의원들은 금융취약계층의 상황들을 인식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과연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법안대로 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가? 또한, 금융시장 측면에서 이런 금리 주장의 근거가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법정최고금리 인하를 계속해서 진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권에서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사채 등을 통해 대출을 받아 과도한 이자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이에 최고이자율을 연 10%, 20% 낮추자”고 주장한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일반 대중들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정최고금리를 경제 금융관점에서 판단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금융시장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는 몰이해에서 나온 주장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행 법정최고금리에서도 서민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최고금리를 얼마라도 낮추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금융시장의 핵심은 시장금리를 인위적 개입으로 결정하는 것 대신 시장에 의해 결정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치적 관점에서 법으로 금융시장의 금리를 통제하려는 것 자체가 올바른 방식으로 볼 수 없다. 

▲조 원장은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자금이 공급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법정최고금리 인하 대신 올바른 서민금융 대안이 있다면

▶최근 금감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상담이 전년대비 약 45% 급증했다 한다. 이는 현재 경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저금리 장기화와 2018년 2월부터 적용된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금융회사들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을 제한한 영향도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 받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도 더 악화시킨 요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저신용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은 필요한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돈 없는 서민이 최고금리 24% 금리 제한에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제도권 금융사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차원에서는 한정적인 재원으로 분배방법과 비율만 바꿀 것이 아니라 예산을 확대해 서민금융지원 대출 및 보증 재원을 늘려야 한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서민들의 불법 사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현 금융권에서 보다 대출의 접근성, 대출공급율을 높여주는 방향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저신용 서민들은 생존이 달린 문제이므로 필요한 추가적인 재원과 제도권 금융권에서 제대로 자금공급율을 높여줘야 한다. 이것이 합리적이고 현실적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법정최고금리 대신 논의해야 할 서민금융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아무쪼록 국회 등 정치권은 더 이상 최고이율을 10%로 낮추는 비현실적 법안을 논의하기보다 저신용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과 법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효성 있는 법안들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선 단순히 정치적 논리, 혹은 일반 대중들이 인식할 때 ‘좋아보이는’ 법안들을 제출하는 식의 생색보다 금융 전문가 및 금융권 관계자들과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늘어나고 있는 불법사금융에 대한 서민들의 피해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 법안 및 금융당국의 협조를 구하는 것도 매우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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