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와 핀테크 갈등, 쟁점은 ‘공정 환경’ 조성

금융사와 핀테크 갈등, 쟁점은 ‘공정 환경’ 조성

기사승인 2020-09-12 05:00:33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제1차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금융권과 빅테크간 상생 방법을 논의하는 ‘제 1차 디지털금융 협의회’가 가동됐다. 협의회에서는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상호 공감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동일 ‘규제 강화’ 대신 ‘규제 완화’에 방점을 뒀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디지털 금융혁신 및 빅테크-금융사간 상호논의를 위한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진행했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디지털금융 협의회는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과 정순섭 서울대 교수가 공동으로 주재하고, 금융권에서는 한동환 국민은행 부행장,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빅테크 쪽에서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금융전문가로는 김시홍 금융결제원 데이터센터장과 김준영 신한카드 노조위원장 등이 자리에 들어왔다.

손 부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며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하되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모두 금융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전자금융업법과 금융업법 규제격차 크다…금융권 ‘역차별 호소’

은행들과 신용카드사 등 기존 금융권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으로 대표되는 ‘빅테크’들의 금융업 진출을 두고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호소해왔다. 

금융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규제 차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돼 ‘전자금융업법’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전자금융업법보다 규제가 까다로운 ‘금융업’법을 적용받다 보니 공정한 경쟁환경이 구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후불결제 서비스 논란이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체들의 금융사업 진출 규제 완화 내용들이 담긴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네이버페이’와 같은 간편결제서비스에 ▲최대 30만원 한도의 후불결제 가능 ▲선불충전금액 최대 500만원 상향조정 ▲선불결제 충전금에 리워드 지급 가능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같은 규제 완화 방안을 두고 금융사, 특히 신용카드를 취급하는 여신금융전문회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카드사들은 영업 시 전체 자산이 자본의 8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레버리지(부채) 배율 등의 건전성 규제를 받는데다가 가맹점 수수료율도 차등 적용받는 반면, 후불결제가 허용되면서 카드사와 비슷해진 간편결제 업체들은 전자금융거래법이 적용돼 건전성 규제도 낮고, 가맹점 수수료율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겐 리워드 적립 등 보다 유리한 혜택이 제공되는 환경이 조성됐다”라며 “하지만 카드사들은 선불충전 시 리워드(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할 수 없어 공정한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동일경쟁을 위해 규제완화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당국 동일 ‘규제강화’ 대신 ‘규제완화’ 가닥…연말까지 대안 마련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사들과 핀테크간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 대신,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손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거대 플랫폼 사업자와의 불공정경쟁 우려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빅테크 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업의 발전과 선진화를 위한 논의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디지털시대 금융혁신 촉진을 위한 규제 개선작업 지속을 약속했다.

또한 손 부위원장은 “특히 시장 참여자 간 데이터 공유 원칙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루겠다”며 “플랫폼 사업자와 기존 금융 사업자 간 바람직한 협업과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원칙과 규율 방식도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마이데이터 산업(본인신용정리관리업)에서 금융사와 빅테크 간 교환 가능한 데이터 범위가 불공평하다는 금융업계의 문제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 전문가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편익과 업권별 공정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이 증대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소비자 편익을 위해 핀테크 활성화에 집중하다 보니 기존 금융업계가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협의를 통해 소비자들의 편익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원리원칙에 따라 안건을 보고 소비자 편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함께 논의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향후 2~4주 간격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논의된 과제를 바탕으로 올해 연말까지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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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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