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현대캐피탈에서 고객이 동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실행되는 ‘깜깜이 대출’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현대캐피탈 측에서는 대출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며 보상은 커녕 사과조차 않는 뻔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경기도에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피해자 두 명의 명의로 본인 동의없이 총 8000만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전 직장 동료인 A씨가 통장이 없어 A씨의 대출을 피해자들의 통장으로 받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를 허락한 피해자들은 A씨에게 통장번호를 전달하고 현대캐피탈 관계자에게 간단한 정보를 전달했으며, 입금된 대출금을 A씨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해당 대출은 A씨가 아닌 피해자들 명의로 대출이 진행됐고, 피해자들은 대출연체 사실을 전달받았다.
대출사기 피해를 입은 B씨는 대출사기임을 호소하고 구제를 받기 위해 현대캐피탈 콜센터에 연락을 취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정상 대출로 확인된다”는 답변뿐이었다.
쿠키뉴스는 B씨로부터 현대캐피탈과의 통화 녹취 2건을 전달받았다. 녹취록에 따르면 현대캐피탈 측은 B씨에게 전화나 서류작성 없이 인터넷 홈페이지만을 통해서도 대출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대출과정에서 본인인증 절차 인증을 비롯해 ▲본인명의 휴대폰 인증 ▲신용조회 카카오톡 메세지 ▲운전면허 진위확인 ▲출금동의 ARS인증 등의 절차가 진행됐고, 해당 절차에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대출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에 B씨는 대출 신청 자체를 한 적이 없는데다가 해당 절차들은 B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B씨는 “당시 대출사기가 진행되던 때 현대캐피탈측에서 인터넷으로 개인신용대출 조회를 하고 있는 것이 맞냐고 연락이 왔고, 나는 신용대출 조회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라며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분명히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끝내 현대캐피탈에서는 대출이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상에서 대출 의사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인터넷상에서 대출이 진행되고 있다면 부정거래를 의심하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겠느냐”라며 “이부분에 대해 항의해도 현대캐피탈에서는 전화확인과 인터넷 대출 실행은 별개일뿐, 인터넷 상에서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현대캐피탈측에서는 B씨에게 피해자의 개인정보 도용으로 인한 대출로 보이지만, 대출 프로세스는 정상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피해 구제는 어렵다고 전달했다. 대신 현대캐피탈은 A씨가 피해자의 명의 도용을 인정할 경우 합의 하에 대출을 A씨에게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대캐피탈의 대처를 두고 B씨는 황당할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작정하고 사기를 친 가해자가 허락해줘야 대출을 가해자에게 옮길 수 있다는 방법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현대캐피탈측에서는 사고채권 처리밖에 해줄 수 없다고 했기에 일단 그것만이라도 해달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캐피탈이 황당한 답변을 내놓을 동안 제 신용등급은 크게 떨어지고, 연체는 지속되고 있는 피해를 입고 있다”며 “피해를 입힌 A씨도 나쁘지만, 최소한의 사과조차 없는 현대캐피탈에게도 분노가 치민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대캐피탈의 태도를 두고 금융소비자단체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대출은 비대면이라는 특성상 대면대출보다 사기피해가 발생하기 쉬울 수 밖에 없다 보니 FDS(이상거래감지시스템) 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전화 상담과 인터넷대출은 별개라고 답변하는 현대캐피탈의 모습에서는 소비자보호조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최소한의 사과나 피해조치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를 하는 금융사의 기본을 망각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
한편 쿠키뉴스는 현대캐피탈에 깜깜이 대출 피해 문의를 위해 취재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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